오태영 작가(맨 오른쪽)와 모텔판문점 공연 배우 명계남, 김화영

해방 이후 남북관계는 늘 긴장의 연속이지만 요즘만큼 아슬아슬한 시기도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연이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 도발하고, 미국의 트럼프는 북한을 초토화 시키겠다고 말폭탄의 수위를 높여간다. 만약 전쟁이 터지면 이번엔 재래식 무기가 아니라 핵무기이다. 왜 우리는 이런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가.

한반도의 분단이 없었다면 우리가 당하는 핵전쟁의 공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한반도 통일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마침 이 시기에 통일문제를 다룬 희곡집 한권이 출간되어 작가를 만나보았다.
희곡집 제목은 <모텔 판문점>. 작가는 오태영 씨이다.
그는 젊은 시절 사회적인 문제와 체제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나이 들며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을 써왔다.
희곡집은 2013년 서울연극제에서 대상, 희곡상, 연출상, 연기상을 휩쓴 <끝나지 않는 연극>과 함께 5편의 희곡을 싣고 있었다.

일단 모텔 판문점이란 제목에서 묘한 뉴앙스가 풍겨 내용을 물어보았다.
‘모텔은 주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소이고, 판문점은 남북군사회담 장소인데 그 조합이 좀 야릇하네요? 대체 어떤 내용입니까?’

그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 웃음을 흘렸다. 블랙리스트 원조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그의 미소는 천진난만해 보였다.

“제목 그대로예요. 어쩌다 남한 청년과 북한 처녀가 만나 사랑하게 됐어요. 그래서 간절하게 판문점 모텔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는 내용입니다.”

다른 모텔도 많은데 왜 하필 판문점 모텔일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는 군사회담장뿐 모텔 같은 시설은 없지 않나요?’

“없으니까 만들어야죠! 생각해 보세요, 판문점에 모텔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신나지 않아요?”

그의 문학적 메시지는 이처럼 역설로 시작된다. 통일문제를 거론하면 의례 군사적 방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휴전선 155마일 대치 상태도 바로 군사적 해결방법의 상징 아닌가?

“군사적 대치로 통일은 이룰 수 없습니다. 이룬다 해도 엄청난 희생이 따라야 하죠. 6.25 이후 60년 이상 군사회담으로 통일이 한 발짝이라도 진전이 있습니까? 왜 통일의 문제를 군사적인 방법 아니면 없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비극입니다!”

차라리 판문점을 젊은 청춘남녀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통일을 위해 더 빠른 길이라는 역설을 담고 있었다. 나머지 작품 <엄마젖 하얀밥> <하나를 위하여> 등도 통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즈음해서 내년도 계획을 물어보았다.

“올 11월 작은 작품 하나를 공연하려 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너무 서둘렀나 봐요. 그래서 내년 3월 모텔 판문점을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연 장소가?’
“네 서울 대학로 동양극장입니다.”

‘오산에 사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오산에선 활동을 안 하시나요?’
“글쎄요. 기회가 되면 해야죠. 그런데 제가 나타나면 불편한지 아무도 부르지 않네요.”

왜 이 지역에 사는 역량 있는 작가가 서울에서만 활동하고, 이 지역에서의 활동이 없는지 약간은 의아스러웠다. 스스로 기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견제하는 세력이 있는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박서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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