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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전시를 기획한 현지윤 감독
김소라 기자 | 승인 2017.10.29 12:10

“죽음은 삶과 경계에 있는데 대부분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20대 초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노인 문제는 사회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이니까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2005년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다. 노인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무력함과 존재의 무가치함에 대한 원망을 보여준 영화다. 하지만 현지윤 감독은 원작 영화와는 다른 화두를 던진다. 바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라고 말이다.

“노인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노인을 위한 나라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의 이야기를 담은 ‘사부인’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2014년에 출품했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집착이 생긴 것 같아요. 두 분의 할머니를 위한 그림을 그려 전시했고, 깜짝 이벤트로 할머니에 대한 기록을 영상으로 만들었는데 너무 좋아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자랐기 때문에 노인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현지윤 감독. 그녀는 건국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졸업하였지만 오히려 영화에 매력을 느끼고 영상작업을 한다. 수원 행궁동에서 코뿔소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영상 외주작업 및 청소년 교육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6개월 간 수원에 있는 노인들을 직접 만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물, 인터뷰집 등의 복합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매번 인터뷰 작업을 하여 페이스북에 내용을 올려놓았고, 아트 매거진을 만들기 위한 텀블벅 후원(크라우드 펀딩)을 스스로 진행했다. 다음은 직접 인터뷰한 노인들이 죽음에 대해서 했던 말들이다.

“죽음이 먼 얘기 같이 느껴지는 거야. 오늘 잘 자면 됐다 생각이지 뭐” (장경순 할머니, 68세, 다실바 의상실)

“늙는다는 기준은 많은 사람이 같이 어울릴 때가 젊을 때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가 늙는 것 같아. 떠나갈 때.” (양환구, 67세, 동광 문구사)

“나이 먹으니까 세월이 가는 게 조금 그렇지. 세월은 빠르고, 빨리 변하고,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 먹으니까 자꾸만 세월이 더 빠른 거 같아.” (천재동, 69세, 제일 대장간)

“산다는 게 희망이지. 잘 살았구나. 제대로 된 삶을 살았지.” (이건자, 67세, 거창 고추상회)

“나이를 먹어간다는 거? 그거 당연한 거지 무슨 생각들을 하나. 죽을 때 되면 당연히 죽어야지.” (권경자, 76세, 왕칼국수)

현지윤 작가는 바로 이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을 담아냈다. 영상과 사진, 글로써 기록하며 노인을 위한 희망을 찾아보려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앞으로 누구나 해야 한다. “저희 외할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가족들이 부양 못하니까 요양원에 가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게 되었어요. 국가의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노인들의 삶의 문화에 대한 콘텐츠가 앞으로 요구됩니다”라고 말한다.

20명의 노인들의 삶을 직접 만나 들여다보는 일. 30대 초반의 청년이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전한다. 평생 30년, 40년 넘게 한 가지 일을 해 왔던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도 받았다. 그만큼 삶의 오랜 연륜이 쌓인 노인은 분명 시간의 축적만큼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바로 현지윤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근원이 아닐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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