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뇌물을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을 매달 현금으로 1억원씩 총 40억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했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전직 국정원장들과 또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사실이라면 국가를 위한 비밀활동에 쓰라고 책정된 세금을 빼돌린 것으로 최순실 국정농단과는 또 다른 차원의 반국가적 범죄 행위이다.

문제가 된 국정원 특별활동비는 대외 정보수집 등 국가안보를 위한 비밀 정보활동에 쓰이는 돈이다. 영수증 첨부나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검은 돈’으로 그동안 많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지난 정부에서 정치개입 댓글 공작에 동원한 인물들이나 친정부 시위를 벌인 어용 극우단체 인사들에게 지급된 돈의 일부도 특수활동비에서 나왔다. 그런데 심지어 박근혜 청와대가 이를 쌈짓돈으로 생각해 돈을 상납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 예산을 일개 비서관이 맘대로 주무르기는 힘들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국정원 수뇌부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아울러 막대한 뇌물이 안봉근, 이재만, 조윤선에게만 지급됐는지, 아니면 다른 인사나 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됐는지 여부도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자금이나 선거자금으로 쓰였는지 그 사용처에 대한 의문도 풀려야 한다. 진실이 철저히 규명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정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게 되어있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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