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임시숙소는 숙박시설을 지정하여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가 위험을 피해 1일~5일간 머물 수 있도록 경찰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2014년부터 경찰서별로 1개 이상씩 설치를 추진하여 지금은 전국에 292개의 임시숙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5~2017.7) 임시숙소를 이용한 건수는 총 11,987건이었는데, 가정폭력 피해자가 85.5%(10,254건)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스토킹, 성폭력, 강력범죄 피해자들이었다.

임시숙소 292개 중 190개(65%)가 호텔·모텔·여관 등 숙박업소인데 경찰 말에 의하면 유흥업소 주변에 밀집된 곳이 많다고 한다. 그 다음 콘도·펜션 등이 49개(16.8%), 종교시설과 수련원 등 비숙박시설이 39개(13.4%)다.

임시숙소 이용은 거의 다 한밤중에 이루어지고, 대부분 남성 사복경찰에 의해 안내되는데 이용자의 94.3%가 여성이다.

A씨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잠옷바람으로 집을 도망쳐 나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복을 입은 남자 경찰관이 하루 머물 수 있는 임시숙소라며 모텔로 안내했다. A씨는 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동네 사람들이 볼까봐 너무나 불안했다. 만약 이 장면이 남편에게 전해지면, 의처증세가 심한 남편에게 맞아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그래도 지금 집으로 돌아가면 남편에게 더 괴롭힘을 당할 것을 알기에, 경찰을 따라 모텔로 들어갔다. 경찰은 숙박만 체크하고 방을 알려주더니 바로 가버리고 혼자 남은 A씨는 복도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밤새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잠깐 누웠다 눈을 뜨니 날이 밝아 있었다. 잠옷만 입은 채 모텔을 나오는 A씨의 기분은 너무나 참담했다.

지난 달 3일 창원에서는 경찰이 가정폭력으로 오인하여, 임시숙소로 지정된 모텔로 안내한 30대 여성이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해 있던 피해자는 가족들에게 SNS를 통해 자신이 감금당했고, ‘남자들이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고 전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경찰이 떠난 직후 창문을 통해 모텔을 나오다 4층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임시숙소는 여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부적합하다. 범죄에 노출되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피해자를 아무나 들락거리는 일반 숙박업소에 투숙시킨 뒤 경찰은 곧바로 철수한다. 혼자 남은 피해자는 불안에 떨게 되며, 자살, 추락, 침입 등 긴급사태에 대비하기도 어렵다.

경찰청에서는 지난 2015년 7월, 전국 경찰서에 ‘피해자임시숙소 지원 관련 지시사항 하달’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1366등에서 가정폭력ㆍ성폭력 등 피해여성을 위한 긴급쉼터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야간 연계곤란, 업무편의 등의 이유로 임시숙소 위주로 제공’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한 지시사항에는 ‘1차적으로 1366 등 타 기관 운영 보호시설 연계→ (연계 곤란시) 2차적으로 임시숙소 제공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사건처리 불문)·성폭력·성매매 등 여청 소관 피해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366 등 타 기관 보호시설로 연계를 철저히’하라는 내용도 덧붙어 있다.

그러나 창원 사건의 경우 경찰관은 보호시설에 문의하지 않고 피해자를 곧장 모텔로 안내했다고 한다. 그 시각 창원에는 해당 경찰서와 차량으로 30분 거리 안에 1366과 상담소에서 운영하는 24시간 긴급피난처 2곳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가 임시숙소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으로 봐서는 함께 있는 남성들이 경찰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피해자가 임시숙소가 어떤 곳인지 알고 답을 했을까?

정춘숙 의원이 경찰청과 1366에서 제공받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에는 임시숙소 이용 건수보다 경찰이 1366 긴급피난처에 연계한 건수가 460건 더 많았다. 그런데 올해(7월 기준)에는 긴급피난처 연계건수가 임시숙소 이용건수보다 1,000건이나 적어졌다. 제주 지역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1366으로 연계하고 있지만, 대구나 경남의 경우 연계비율이 20%대로 상당히 낮다. 이렇게 지역편차가 심한 것은 경찰의 여성폭력에 대한 이해도와 의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그 특수성에 맞는 전문기관으로 연계해야 한다. 전국에 1366과 상담소에서 운영하는 여성 긴급피난처는 총 34개다. 그곳에는 상담원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특히 1366 긴급피난처에는 밤에도 상담원 2명이 근무하고 있고, 차량으로 피해자를 인계받을 수 있는 상황이며 자녀동반도 가능하다. 집요한 가해남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핸드폰은 꺼두어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안전한 곳이다. 의료지원도 가능하고, 상담소와 쉼터연계도 곧바로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현재 피해자의 상태를, 여성폭력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함께 있는 곳이다.

정춘숙 의원은 “범죄 피해자는 신체적 안전은 물론, 존중과 배려받을 권리, 피해회복에 대해 지원받을 권리가 있다. 피해자 중심의 지원이 이루어지려면 전문성을 갖춘 시설로 최대한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의원은“그러기 위해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의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경찰청과 적극 논의하여 다시는 창원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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