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 오산 지역정책시민연합 상임대표(가운데)

지역의 미래에 대해 시장이나 국회의원, 시·도의원만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볼 때 그 지역의 축복이다. 이러한 시민이 많아야 지역발전과 풀뿔리 민주주의의 성장이 가능하다. 지역의 소위 지도자들은 이런 자발성에 대해 진지한 응대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건 자신을 뽑아준 지역민들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의무다.

자발적으로 나서 몇 권의 정책 자료집을 만들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끊임없이 시와 정치인에게 함께 고민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동행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보통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러한 노력이 한 두 해에 그친 것이 아니라 2011년 ‘오산시 관광벨트 구성 및 실행 제안서’를 발표한 이래 무려 6년여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주인공은 김귀근 오산 지역정책시민연합(이하 오정연) 상임대표이다.

김 대표는 46년생 오산 출신으로 성호초교와 서울과기대를 졸업하고 한국전력공사에서 1직급(처장)으로 정년퇴직했다. 이 분은 정치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거창한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오산시와 각 정당 지도자 및 시의회 등 지역의 책임 있는 어느 곳에서도 김 대표의 지역발전 전략 제안에 진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오산시의 미래 산업과 발전정책에 대해 귀 기울이고 함께 연구해 보자고 한 지역정치인을 아직 보질 못했다”고 애통해한다. “오히려 경기도의회 입법전문원실이 격려와 지지를 해 주었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발전연구실이 깊은 관심을 표명해 주었다”면서 이로 인해 큰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민간 차원의 싱크탱크를 만들기 위해 대학교수와 오산문화재단 관계자 등 9명을 조직해 2013년 3월 ‘독산성 시민문화포럼’을 창립하고 ‘산성박물관 건립·운영사업 방안’ 등 나름의 연구 성과를 갖고 지역정치권과의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해부족으로 뜻이 좌절당했다. 한편으론 <오산시 문화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및 콘텐츠 연구개발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작성해 입법청원하였으나 오산시의회로부터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가통보를 받았다. 경기도의회 입법전문실의 조언과 격려를 받으며 수정을 통해 시의회에 재검토를 요청하였으나 ‘애초 부정적 의견에 변동이 없다’는 포괄적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2014년 9월과 12월에는 각각 ’오산시의 미래 먹거리 무엇으로 할 것인가‘와 ’독산성 복원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차례의 정책토론회를 열었으나 시와 지역정치권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혹시나 정책내용이나 정책자료집의 수준이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기자가 검토해 보았으나 그동안 오산시나 정치권, 민간차원 그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진지하고 노력한 흔적이 배어있는 결과물이어서 이러한 지역의 반응은 의아할 뿐이다.

결국 김 대표는 “정치수준은 시민들의 수준을 반영한다. 시민의 힘으로 정치수준을 계속 높여 나가야 하고 정치인들도 달라져야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게 되면서 시민단체를 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4회에 걸친 발기위원회 회의를 거쳐 2015년 12월 91명의 회원으로 오산시청 회의실에서 ‘오산 지역정책시민연합’을 창립하게 된 배경이다.

‘오산 지역정책시민연합’을 만든 후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으나 겨우 1명의 후보자만 참가하는 반쪽 토론회로 끝나고 말았다. 같은 해 12월 9일 ‘지역 정책현안 시민토론회’를 개최하였으나 기관과 정당의 태도가 호의적이지 않아서 오산시와 1개 정당, 오정연 관계자 3인만의 패널만으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오산시의회 의원들에게는 개인별로 안내장과 토론회 유인물을 사전 배부하기도 하였으나 단 1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긴박한 사정으로 참석 못하였을 경우 사후에라도 관심 있게 문의해 볼 수 있건만 그러한 시의원이 한명도 없었다”고 김 대표는 개탄했다.

오정연은 불과 며칠전인 지난 11일 오후 3시 ‘문화와 오산의 미래 이야기’라는 주제로 오산시 외삼미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문화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오정연 윤갑노 문화예술국장이 최현이 경기소리문화원장과 함께 작사·작곡하고 사비를 들여 CD까지 제작했었던 노래 ‘독산성 아리랑’이 울려 퍼졌고, 전강탁 감사가 우리밀로 만든 누룩 및 효모에 지하암반수를 활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독산성산성주’를 마시는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이런 의미있는 자리가 즐겁기만 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랜기간 지역의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의 결과물을 내놓아도,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외쳐도 시와 지역의 정치인들의 반응은 여전히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시민들의 열정과 자발성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시와 정치인들은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김귀근 대표는 “오산시의 미래 발전을 열망하는 바램에서 제시한 오산 지역정책시민연합의 정책제안들이 아직은 ‘광야에 외치는 자의 작은 소리’와 같으나 이 소리의 진의를 알아보려는 귀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고 가슴아픈 소감을 남겼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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