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인지 그림인지 모를 정도로 해학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 그래픽적인 느낌의 자유로움과 검은 선들이 모여 하나의 글씨를 이룬다. 한글을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 동심화다. 예를 들어 ‘행복’이라는 글씨를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하하하 웃는 듯하기도 하다. 그림 같은 글씨, 글씨 같은 그림인 동심화는 천지인과 음양오행의 원리로 만들어진 한글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멍석 김문태 작가는 바로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동심을 표현하고자 했다. 청주의 연초제조창 세계문화대회에 초대되어 작품을 전시하고, 글씨를 써 주는 김문태 작가를 만났다.

“40년 넘게 교직 생활하면서 아이들과 생활 했어요. 그것이 모티브가 되어 작품에 ‘동심화’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글을 소재로 한 동심화를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도 알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을 한글 속에 표정을 심어 작품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멍석 김문태 화가의 별칭 ‘멍석’은 모든 사람들이 멍석을 깔고 앉아 쉬어 가라는 뜻을 갖고 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면서 멍석 깔고 밥 먹고, 별 보고 자랐다고 한다. 여러 명이 모여 쉴 수 있는 멍석은 함께 즐길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그는 글씨를 느리게 감상하고 천천히 들여다보라고 한다.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동심이 바로 글씨 안에 담겨져 있다. 아이들의 천진무구한 순수성이 글씨에서 드러난다. 흰 종이에 붓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글씨는 그 자체가 여유와 비움 같다. 빽빽하게 채워진 현대인들의 삶에 비움의 공간을 마련해준다.

‘고요’라는 글씨는 기도하는 느낌으로 정말 고요한 느낌을 준다. ‘사랑’이라는 글씨를 보면 글자 그대로 사랑이 느껴진다. ‘세월’이란 단어 자체로 세월의 흐름이 전달되는 듯하다. 해맑게 웃는 듯한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 글씨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조화롭게 그려진 작품은 음양의 어우러짐을 뜻한다고 한다. 한글에 담긴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동심화’ 화가로 알려진 멍석 김문태 작가는 정통 서예도 오랫동안 해 왔다. 전통적인 서예에 머무르지 않고 그림으로써 표현하는 동심 문인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인정받고 있다. 국내외에서 400여회 이상의 전시를 해 왔다. 한국의 언어인 한글을 예술로서 세계인들과 교감하는 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어냈다. 한글을 몰라 뜻은 전달되지 않지만,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글씨를 보면 뭔가 의미가 드러나는 듯하다. 바로 글씨의 표정을 이미지로 담기 때문이다.

“선친이 한학자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예를 접했죠. 서예를 예술적으로 승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찾게 되었습니다. 한글은 그 자체로 조형성이 뛰어나고 표현이 안되는 글자가 없습니다. 그림을 통해서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즉석에서 글씨를 그려 주니 외국에서도 매우 반응이 좋습니다.”

‘소곤’ ‘동행’ ‘행복’ ‘차한잔’ ‘마음’ ‘겸손’ ‘인생’ ‘용서’ ‘희망’ 등의 한글을 자신만의 예술로 재해석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동심화. 멍석 김문태의 글씨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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