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국정원장이었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3인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단지 대통령과 청와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느니, 누구를 이롭게 할 것이냐면서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데, 한 마디로 구속이 당연하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소홀한 채 정치공작으로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대상이 누구든 엄히 단죄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국정원이 단지 정부 비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유명 남녀 배우의 합성 누드사진을 제작·배포해 욕보이고,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 국면에서 댓글공작을 일삼거나,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해 예술인을 탄압하고, 어버이연합 등 어용단체를 이용해 시민단체 활동을 옥죄며 친정부 시위를 조직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은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거의 내란죄에 해당하는 중범죄이다. 심지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요구 서한 발송도 주도했다니 나라망신도 이런 나라망신이 없다.

특히 기밀이 유지되는 정보나 보안 관련 활동에 쓰라고 되어있는 특수활동비를 멋대로 안봉근, 이재만 등 문고리 권력에게 줘서 국민세금을 이들의 비자금이나 쌈짓돈으로 조성하게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이다. 국정원장과 문고리 권력들이 이구동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하고 있으니, 검찰은 하루빨리 진상을 밝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3인의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한결같이 국정원 조직의 위기와 국가안보에 대해 걱정하는 투의 자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행한 정치개입 범죄로 국정원과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생각지 못하고 오히려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이고 있으니 법의 단죄로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최근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과 국정원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 직무 범위의 구체화, 내외부의 통제 강화, 위법한 명령에 대한 직원들의 거부권 활성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의 상당정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일치한다.

국정원은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보이고, 정부와 국회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을 막고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기관의 수장이 구속되고 조직이 흔들리는 이런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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