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인생의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아름다운 시 한편은 우리에게 생명수와 같은 활력을 줄 것이다. 그런 시와 소설이 주는 문학의 감동과 위안을 좀 더 자주 만날 수 없을까.

경기도 부천시가 2017년 11월 1일 유네스코가 제정하는 문학 창의도시로 선정되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최초이며 세계 21번째이다. 이로써 부천시는 에든버러, 더블린, 프라하 등 세계 28개의 유수한 문학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학의 도시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에든버러는 세익스피어로 유명하며 더블린은 제임스 조이스와 베케트를 배출한 문학의 도시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각국 도시들이 연대해 경제, 사회, 문학적 발전을 장려하는 국제네트워크다. 2004년부터 세계 각국 도시를 심사해 창의도시로 지정하고 있는데, 분야는 문학, 영화, 음악, 음식, 민속과 공예,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지정된다. 기존에 서울은 디자인, 부산은 영화, 전주는 음식, 이천은 공예, 통영은 음악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천시(시장 김만수)와 부천 문인협회는 11월 17-18일, 한국문학인대회를 성대하게 거행하였다. 부천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되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바로 그 주인공 중 한 사람을 행사장에 참석해 만나보았다. 영광스런 창의도시로 선정되기까지 2년 넘는 기간 동안 산고의 아픔을 치른 주인공은 놀랍게도 여류 시인이었다.

‘다른 도시도 많은데 부천이 선정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명 문인을 배출한 도시가 많지만, 부천도 자랑스러운 선배 문인들이 있어요. 시인 변영로, 정지용이 이곳 출신이고요, 어린이 동요 자전거로 유명한 목일신 선생, 원미동 사람들로 유명한 소설가 양귀자, 그리고 펄벅여사가 있잖아요.”

그렇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펄벅여사가 이곳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펄벅여사는 한국전쟁 당시 부천을 중심으로 전쟁고아를 헌신적으로 보살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문학과 박애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펄벅문학상’을 재정했다고 한다. 역사가 깊은 도시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문학의 밑거름이 풍부한 도시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더 많은 문인을 배출한 도시가 많겠지만, 부천은 문화 인프라를 골고루 갖춘 문화 도시입니다. 창의도시 선정 이유 중에 그 힘이 컸죠. 문학과 연계된 문화 인프라요.”

맞는 말이다. 부천은 세계 수준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키운 음악의 도시이다. 그리고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영상미학이 살아 숨 쉬는 영화도시이며, 애니메이션의 메카로 불리는 상상력 넘치는 만화도시이기도 하다. 즉 음악, 영화, 만화와 문학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문화예술의 도시인 것이다.

그리고 동네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수많은 도서관들이 있다. 책을 가까이 하는 시민들의 잠재력 또한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고경숙 시인은 활짝 웃으며 유네스코 선정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각종 풍부한 문화 콘텐츠와 이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구축이 큰 힘이죠, 그리고 시민문학 저변 확대라는 미래지향성이 유네스코 이념과 잘 맞은 거죠. 한 사람의 세익스피어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문학은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문학이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사업에 가슴 벅차하는 고 시인은 데뷔 20년이 넘은 중견시인이다. 물론 크고 작은 상을 여럿 수상했으며, <호텔 켈리포니아> <달의 뒤편> 등 4권의 시집을 출간한 바 있다. 문학 창의도시로써 꽃피울 부천의 도약과 고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기대해 본다.

오태영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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