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시절 무엇이 가장 큰 고민이었을까. 사실 취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앞으로 뭐하지?’ 와 같은 애매모호한 질문들이 항상 앞에 놓여있었다. 어찌어찌 대학을 갔는데 뭔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 남의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인생의 방향도 목적도 없었다. 하루하루 허송세월하듯 멍하니 살았던 시간이 많았다.

마냥 싱그럽게 반짝이는 순간. 햇살가득 머금은 아침이슬같은 나이. 바로 20대다. 꿈을 그려가고, 자신의 인생을 하나 둘 조각해 나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요즘 20대에 관한 뉴스는 죄다 우울하다. 취업으로 인해 스펙쌓기에 열중인 그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어서 빨리 독립하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야 하는 압박감을 느낀다. 취업 말고 다른 길 자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영어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대외활동이나 인턴을 하면서 비슷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불안한 사회에서 그나마 취업을 하면 안정을 찾을 것 같은 기분이다.

“부모님께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한 목적이 커요."
“사실 저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은 게 있어서 꼭 중소기업에 취업을 해야만 해요.”
“실질적인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 내의 취업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게 상담하면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 걸 알게 됐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20대들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인생에서 돈 이외에 어떤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는 영어 점수 올리기가 최우선인 것 같은 삶이다. 왜 대한민국의 20대 청년들의 삶은 우울하기만 한 것일까.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는 여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한다. ‘애프터스콜레’라는 프로그램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갈 때 아예 1년간 인생 설계하는 법을 배운다. 대학을 가기 전에도 들어갈 수 있는 청년들의 1년짜리 ‘인생 설계 기숙학교’도 있다. 직장을 다니다 실직하면 ‘성인공립학교’와 같은 곳을 다닐 수 있다. 심지어 인생 2모작, 3모작 준비하는 성인을 위한 3개월에서 1년짜리 공립학교 애프터스콜레도 있다. 단순히 돈과 밥벌이보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찾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자유와 선택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20대는 바쁘다. 쉴 새 없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서 사용해야 한다. 숨막히도록 정해진 스케줄을 따르면서 살아가는 지금 대한민국 20대에게 필요한 건 과연 뭘까. 늦어도 괜찮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에 대한 내면의 답을 찾는 시간이다. 여유와 안정감을 갖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전연령을 위한 ‘인생학교’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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