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자리한 서삼릉은 3기의 능역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철종과 철인왕후 김 씨의 ‘예릉(睿陵)’을 비롯해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 씨의 ‘희릉(禧陵)’, 중종과 장경왕후 윤 씨의 소생인 인종과 왕비인 인성왕후 박 씨(1514~1578, 이하 인성왕후)의 ‘효릉(孝陵)’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예릉’과 ‘희릉’은 일반에 공개가 되어 관람이 가능하지만, 효릉의 경우 양주시에 자리한 단경왕후 신 씨의 ‘온릉(溫陵)’과 함께 비공개 지역으로 관람이 제한되고 있다. 인종(仁宗, 재위 1544~1545)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건 역대 왕들 가운데 재위 기간이 가장 짧다는 점인데, 재위한 기간은 불과 9개월에 불과하다. 묘호와 능호에서 알 수 있듯 인종은 어릴 때부터 효성이 깊고 어진 성품으로 성군의 자질을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인 장경왕후 윤 씨(1491~1515, 이하 장경왕후)가 산후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홀로 남겨진 인종을 두고 끊임없는 흔들기가 이어지며 ‘작서의 변’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었다.

측면에서 바라본 인종과 인성왕후의 효릉의 전경

■ 작서의 변과 문정왕후의 견제, 인종이 왕위에 오르기까지

1527년 3월에 세자궁의 나무에 불로 태운 쥐의 시신을 매달아 놓은 ‘작서의 변’이 발생했다. 세자에 대한 저주 사건은 당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 배후에 경빈 박 씨(？~1533)를 비롯해 그의 아들인 복성군(1509~1533)이 있다는 혐의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경빈 박 씨와 복성군은 사사되며 몰락하게 된다. 이후 인종의 새어머니인 문정왕후 윤 씨(1501~1565, 이하 문정왕후)가 인종의 견제세력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당시 조정은 문정왕후의 일가인 윤임(1487~1545)과 윤원형(？~1565) 등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 한편 문정왕후가 중종과의 사이에서 경원대군(명종, 재위 1545~1567)을 낳게 되면서,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인종을 흔들게 된다. 하지만 인종의 어머니인 장경왕후의 인척이었던 윤임이 인종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문정왕후에 대한 이러한 움직임에 견제를 하게 되고, 이에 문정왕후는 자신의 동생인 윤원형을 필두로 윤임에 맞서게 되는데, 인종을 지지했던 윤임의 세력을 ‘대윤’이라 하고, 경원대군을 지지했던 윤원형의 세력을 ‘소윤’이라 부르는 외척 간의 갈등으로 비화가 되었다.

효릉의 금천교. 금천교는 속세와의 경계를 구분하고 있다.

효릉의 것으로 보이는 연못. 중앙에는 인위적인 둥근 형태의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참도에서 바라본 제향 공간의 핵심인 정자각

이러한 견제 속에 중종(재위 1506~1544)이 세상을 떠나자 인종은 왕위에 오르면서 윤임을 필두로 하는 ‘대윤’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어질고, 효성이 깊었던 인종은 성군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재위한지 불과 9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후사가 없었던 인종의 뒤를 이어 문정왕후의 아들인 경원대군이 왕위에 오르게 되니 이가 명종이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윤임을 비롯한 대윤 세력은 1545년 을사사화(乙巳士禍)를 통해 와해가 되었고, 명종이 왕위에 오른 뒤 문정왕후는 수렴청정을 거치며 절대 권력을 행사했다. 이 시기 윤원형을 필두로 조정을 장악했던 ‘소윤’은 부정부패와 함께 국정의 문란이 초래가 되었는데, 이를 상징하듯 당시 ‘임꺽정’이 출현하여 백성들이 열광했던 사회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난각석의 일부. 초기 축문을 불태우는 ‘소전대’인 줄 알았으나 난간석으로 확인된 사례다.

효릉의 예감. 축문을 불태우던 장소다.

효릉에서 확인되는 '어정'의 흔적

■ 서삼릉에 잠든 인종과 인성왕후의 효릉, 공개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이처럼 짧은 재위 기간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 인종은 서삼릉에 잠들게 되는데, 그 능호를 효릉(孝陵)이라 했다. 인종의 인은 어질 인(仁)을 상징하고, 효릉의 효(孝)는 효도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인종의 행적과 잘 맞아떨어진 묘호라고 할 수 있다. 인종은 새어머니인 문정왕후에게조차 효를 행하려 노력했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러한 인종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야사에 따르면 세자궁에 화재가 나자 나의 죽임이 어머니의 뜻이라며 효를 다하려 했고, 중종이 세자궁 밖에서 애타게 찾아 아버지에게 불효가 되니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와 함께 문정왕후가 준 떡을 먹고 죽었다는 이른바 독살설 역시 야사에 등장하고 있어, 당시 문정왕후에 대한 평가를 짐작하게 하지만 인종의 죽음은 독살의 가능성보다는 인종의 과로가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인종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은 인성왕후는 명종에 의해 왕대비로 올려 졌으며, 1577년 경복궁의 교태전에서 세상을 떠난 뒤 인종의 좌측에 묻히게 된다.

전면에서 바라본 효릉의 능침 공간

병풍석에서 확인되는 십이지신이 새겨진 흔적

효릉의 무인석. 후대의 무인석과는 확연하게 비교가 된다.

효릉은 왕과 왕비의 쌍릉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인종의 능이 병풍석과 난간석으로 화려하게 조성이 된데 비해 왕비인 인성왕후의 경우 봉분에 난간석만 세워져 있다. 인종의 봉분에 있는 병풍석에는 십이지신이 새겨져 있어 주목할 만하며, 봉분을 중심으로 능을 수호하는 석양과 석호가 각 2쌍, 봉분을 보호하기 위한 곡장이 설치가 되었다. 각자의 봉분 앞에는 혼유석과 고석이 설치가 되었으며, 중앙에는 장명등이 세워졌다. 또한 효릉의 좌우에는 망주석 1쌍, 문인석과 무인석 1쌍, 석마 2쌍이 세워져 있다. 사초지 아래 제향 공간의 핵심인 정자각이 세워져 있는데, 좌측에는 인종과 인성왕후의 능비가 세워진 비각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왕릉에서 보기 드물게 ‘어정’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어정’의 물은 제향 때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철책으로 보호되고 있는 효릉 이외에 속세와의 경계인 ‘금천교’ 역시 길에서 확인이 가능하고, 효릉의 것으로 보이는 연못 역시 확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보존 상태는 좋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효릉의 주변이 농협 부지인 까닭에 출입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해당 부지가 문화재청으로 이관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적 제20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자신의 어머니인 장경왕후의 희릉과 함께 서삼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죽은 뒤에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김희태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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