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자세히 엿들으면 재밌어요. 영화 대사 같은 재밌는 대화들이 많아요. 그리고 뭔가 쓸 거리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상의 언어가 시어가 됩니다.”

시인은 평소에 어떤 말을 할까. 사물에 귀를 쫑긋, 온몸의 감각을 세우고 살아가는 시인의 삶은 어떨까. “시쓰는 박준입니다”라고 소개한 시인.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에세이『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출판한 소위 ‘요즘 뜨는’ 박준 시인을 만났다. 시를 쓰는 일은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초, 중, 고등학교 통틀어 책 혹은 문자로 된 것을 거의 읽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시인이 된 걸까.

“제가 만난 작가들은 모두 어린 시절의 독서경험이 남다른 거예요. 저는 책을 하나도 읽지 않았어요. 심지어 약봉지에 복용법이 쓰여 있는 것도 읽기 싫어했어요. 나는 왜 작가가 되었나 자괴감과 자기 비하가 심했답니다.”

박준 시인은 중, 고등학교 때 4000명이 넘는 학생수의 학교를 다녔다. 중1부터 중3때까지 담임선생님이 항상 같았다는 게 특별했다. 심지어 학생들의 일기 검사를 매일 했던 ‘이상한’ 교사였다. 거기다가 한자어를 3개 이상 써야만 일기 검사에 통과되는 희한한 시스템이 존재했다. 나중에는 일기장에 쓸 내용이 없어서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소설 형태로까지 썼다. 어쩌면 거짓말로 쓴 일기가 문학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한다.

그는 쓰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 하루에 한 문장, 아니 한 단어만이라도 써 보세요. 그게 여러분의 삶이 됩니다”라고 말하였다. 쓸 말이 없다면 “오늘은 어제와 같았다” 혹은 지나가다가 본 간판 몇 개만 적어도 좋다. 예를 들어 ‘명인만두, 신호등, 바람’ 이 세 단어로 하루가 규정된다.

박준 시인은 달변가였다. 술술 이야기를 잘 끄집어냈다. 또한 글감을 얻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남 얘기 엿듣는 거라고 했다. 지하철, 버스, 카페 등의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고 그대로 써보는 것도 꽤 괜찮은 글이 될 거라 한다. 그리고 요즘 세상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편지’를 써보길 권했다. 편지지에 써서 주소를 적고, 우편으로 부치는 것은 힘들지 몰라도 스마트폰의 문자로 과거 편지 형태로 썼던 글들을 회상하며 적어 보라 한다. 안부인사, 날씨, 근황, 하고 싶은 말, 당부, 날짜와 보낸 사람이름 등을 적는 편지를 문자로 보내는 거다.

“10명에게 편지 형태의 긴 문자를 보내면 6-7명은 반응이 ‘ㅋㅋ 너 무슨 일 있냐?’라고 답해요. 하지만 3-4명 정도는 제가 쓴 편지에 편지 같은 답장을 보냅니다. 좋아하는 사람 10사람 정도에게 편지를 보내보세요.”

시인의 이야기는 달랐다. 유난히도 긴 제목의 책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뭔가 특별하다. 본인도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지만 긴 제목의 책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본인의 책은 엄청나게 긴 제목을 썼다. 왜일까. 팔릴만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긴 제목을 써서, 오히려 기억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팔리는 책이 되어 버렸다.

박준 시인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말 자체가 시 같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말을 받아 적어 내려가면 시가 될 것만 같다. 책이 팔리지 않는 때에 더더군다나 시집은 팔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박준 시인의 책은 초판부가 1만부 팔리고, 일주일 만에 3쇄까지 찍었다. 첫 시집은 8만 4천부가 팔렸다. 하지만 아무리 책이 팔린다고 해도 글 쓰는 삶은 달라지지 않을 거라 한다. 편지 같은 글을 쓰면서 부드럽게 말하는 방식을 권한다는 그의 말대로 편지를 주고받는 따스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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