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일어나 피해가 발생했다. 17일에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포항 지진 피해주민들을 위해 ‘재난심리회복상담 및 치료’를 실시한다고 공표하였고,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심리적 안정화에 애를 쓰고자 하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반갑다. 확실히 이전 재난대비대처 방안에 비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점이 눈에 보이고 있어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재난이후 심리적인 대처는 왜 필요할까?

재난과 같은 외상사건 후에 신속한 심리적인 응급처치의 개입의 필요는 외상 후 스트레스(PTSD, Post Traumattic Stress Disorder)와 같은 심리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이전부터 강조해 왔었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외상적인 사건 및 재난 직후에는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충격과 공포로 인해 평소처럼 적절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렵게 되는 위기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멍한 느낌과 동시에 수면문제와 식욕저하, 무기력 등과 같은 증상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심리적인 고통에 오랫동안 시달리게 되면 자살과 같은 위험한 상황까지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신속하게 재난생존자들이 심리적 위기 상태에 빠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개입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움직임들을 보면 재난과 외상으로 인한 피해로 정신건강이 위험해 질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잘 이해하게 된 것 같고, 개인 차원에서의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는 사회적인 인식도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다행히 심리적 응급처치를 받고 심리적인 충격에서 벗어난 재난생존자들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문득 과거 재난 및 사건사고 이후에 생존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한트라우마협회에서 재난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리를 추적 조사한 결과였다. 사실 상 이전에는 재난 이후 개인의 심리적인 영역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개인의 심리지원의 문제를 떠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었다. 그것은 사건이 주는 심리적인 충격 외에도 재난피해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 심리적인 고통을 경험하며 지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재난사고 이후 이루어지는 보상절차가 마무리가 되면 사고가 종결된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의식 때문에 힘들어도 더 이상 호소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또 재난피해자들을 ‘보상혜택을 받으려고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냐’고 보는 왜곡된 시선 때문에 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산 넘어 산이다. 재난피해자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취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재난과 외상사건으로 인한 심리적인 혼란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것이 먼저이기도 하지만 생존자들이 살아갈 남은 삶의 질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내게 원치 않은 불행한 일을 경험하고도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전기지가 바로 지금 내가 사는 곳이었으면 한다. 언제든지 마음 놓고 내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고 심리적 고통을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변화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지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와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안소영(임상심리 전문가)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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