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명주 씨(70세)가 사회봉사를 시작한 때는 60이 넘어 은퇴한 후였다.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50세가 넘자 명예퇴직을 당했다. 그러나 자녀들 교육을 다 마치지 못한 상황이라 눈높이를 확 낮추어 중소기업에 재취업, 영업을 하며 근무했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영업을 다니자니 실적이 변변치 못했다. 더 이상 회사에 출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와 자녀들이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녀들 학교도 다 마쳤으니 이제는 쉬라고 했다.

이명주 씨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평생을 열심히 일해 온 그는 뭐라도 해야지 그냥 쉴 수만은 없었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이다. 그가 다니는 절에서 자원봉사센터에 들어가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는 나이 들어 힘없고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후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고 자격도 취득했다.

11월 27일 월요일 점심 때 그가 봉사하고 있는 서초구립 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했다. 주방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설거지를 하고 있는 이명주 씨가 눈에 띄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참 후 3시가 지나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작년까지 1,000시간 이상 봉사했고, 올해에도 500시간 이상 봉사를 하게 된다. 계산해 보니 1주일에 3일 6시간 이상 봉사해야 년 500 시간을 채우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아침에 집에서 나와 여기저기 제가 필요한데 가서 일(봉사)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이명주 씨는 은퇴하기 전까지는 송파에 살았다. 따라서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곳은 그의 집에서 가까운 송파노인요양센터였다. 그리고 방배노인종합복지관, 장애인센터 등으로 봉사기관을 늘려 나갔다. 이들 기관에서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어르신들의 생활공간 청소와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목욕시켜드리는 일. 3년 전부터는 서초자원봉사센터에도 등록해 주방청결 봉사와 식사 때 밥통이나 국통, 식판 등 무거운 것을 들어 나르는 일과 설거지 등의 일을 한다.

이명주 씨는 은퇴 후 어르신들을 섬기는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노후에 건강을 잃어 힘들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그는 건강관리에 남달리 철저하다. 그럼에도 2016년 봄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해 9월 30일 국립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는 자원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수술과 항암치료로 몸이 말이 아니게 힘든 중에도 봉사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건강관리 덕이었다. 항암치료를 받던 때 아무리 기운이 없었어도 그는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고 한다. 암 수술 후 딱 1년만인 2017년 9월 30일 국토종주 자전거 길, 4대강 자전거 길과 전 국토 자전거 길을 완주하여 국토완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수여하는 3장의 인증서와 3개의 완주메달을 수령하기도 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자신을 잊고 봉사 활동하는 그에게서 암인자가 말끔히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시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기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이명주 씨와 같이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직은 희망이 있다. 사랑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이런 분들이 점점 더 많아져 나만 챙기는 삭막한 시대가 가고 서로를 돌아보고 챙겨주는 아름다운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임석원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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