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등 1인 식당이 생기고 있다. 1인 가구 추세가 늘어나면서 생긴 풍속도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술을 먹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왔다. 편의점이나 마트에도 도시락이 인기 상품이고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야채나 과일도 혼자 먹기 편하게 소포장으로 판매되고 즉석 밥을 비롯한 즉석식품이나 전자레인지에 해동만 시키면 먹을 수 있는 간편 식품들이 마트 진열대에 빼곡하다. 죽이면 죽 찌개면 찌개 삼계탕 같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도 혼자 먹기 편한 양으로 가공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면 굳이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혼자 사는 가구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편의 시설의 발달과 철저한 개인주의 때문인지 주변에 보면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하여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사람보다는 애완동물이나 기계와 소통하고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는 세태다.

직장이 없으면 돈이 없어서 결혼을 포기하고 경제적인 능력과 여유가 있으면 굳이 결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혼밥, 혼술의 문화를 주도해가고 있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 길들여지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하는데 핵가족화를 떠나 이젠 홀몸 가족으로 남는 사람이 많다. 흔한 예로 외동자녀가 그렇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을 꺼려하는 은둔형의 사람들을 비롯해 혼자 즐기는 법을 익힌 세대들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얼마 전 중년 배우의 고독사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망한 지 2주가 지나서야 발견되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혼자만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누군가 발견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지독한 악취를 견디지 못한 이웃의 신고로 발견된 죽음도 있고 연락 두절로 발견되는 경우 등 여러 유형의 죽음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기도 한다. 사건이 발생되면 개인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한순간 요란스럽지만 특별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

자식을 출가시키고 혼자 남겨지거나 사별 혹은 이혼으로 인해 1인 가구가 되고 경제적 능력마저 상실하면서 동반되는 우울증이나 고통이 인간관계를 단절하게 하고 외톨이로 만들기 십상이지만 작은 관심과 보살핌이 삶의 질을 바꿀 수도 있다.

내 주변에도 홀몸 노인이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10여년을 혼자 살고 있다. 어르신은 올해로 90세다. 자식이 없어 조카들이 챙기기는 하지만 멀리 살기도 하고 살다보면 그렇게 그리 녹녹한 일 만은 아니다. 다행히 복지사가 방문하고 먹거리도 챙겨주고 청소도 도와준다. 무엇보다 이웃에서 관심을 갖는다. 수시로 방문하여 말벗도 되어주고 건강과 안부를 챙겨주니 고마운 일이다. 노인은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고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기도 하며 평소에 이웃과 소통하며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소통하고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문 꼭 걸어 잠그고 은둔형으로 살다보면 외롭고 고독해진다. 우울증도 생길 수 있으며 삶의 의욕도 상실하게 된다. 복지관 등 여러 기관에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적극 참여하여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정책이나 대책보다도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세상 밖으로 자신을 노출시키고 살아있음을 증명해보여야 덜 외롭다. 함께 사는 세상 속으로 나를 밀어 넣자. 그리고 외쳐보자, 함께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한인숙(시인)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