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주요 적폐청산 수사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적폐청산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연말까지 수사 종결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총장 일방의 생각인 셈이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으면 지치지 않느냐.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매달려왔는데,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도 사회 발전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는 발언은 마치 보수 언론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후 민생 사건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언급에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자행됐던 권력의 적폐가 얼마나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괴해 왔는지, 적폐에 대한 단죄가 민생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사건의 단서가 있다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비춰볼 때,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과 정보기관의 선거개입과 사회 각 부문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수사가 몸통으로 의심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까지 진행되지 못한 현재의 상황에서 문 총장의 발언은 ‘이쯤에서 수사를 종결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문 총장은 적폐 단죄를 통한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고 싶은 다수 국민의 바람은 보이지 않고 보수언론과 기득권 정당, 재벌 등 우리사회 소수 주류의 목소리만 들리는가. 여론조사 결과나 기사 댓글에서도 나타나듯 국민 다수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 검찰이 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과거 정부의 권력 사유화, 헌법 유린, 민주주의 파괴 등 적폐청산에 매진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적폐의 정점에 있던 박근혜 구속에 이어 이명박에 대한 모든 의혹을 철저히 밝혀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부정과 부패를 끝까지 추적하고 정의를 이루어야 하는 검찰 수장이 유사 이래 그 열기와 규모 면에서 최대였던, 절대권력 대통령까지 탄핵시켰던 춧불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해 유감이다.

이제야 군과 국정원 비리의 단서가 나오기 시작하고 몸통을 향해가고 있는 이때 시한을 정하고 수사를 마무리하자는 문 총장은 과연 정신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 문 총장의 발언을 접하고 가장 기뻐하고 박수를 칠 집단은 이명박과 그와 함께 호가호위했던 정치인과 정당, 이 사회의 부패 기득권집단일 것이다. 밝고 투명한 정의로운 사회는 권력의 비리와 잘못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단죄, 제도적인 대안 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과거 일제와 군사독재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고통을 겪어왔는가 돌아볼 일이다.

이명박은 국정농단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킨 원죄를 안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적폐가 그대로 박근혜정부로 이어졌다는 건 세상 사람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시킨 4대강비리, 자원외교비리, 방산비리에서부터 정경유착 의혹 제2롯데월드인허가비리, BBK주가조작비리, 민주주의를 파괴한 공영방송 사유화, 군과 정보기관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여론조작 및 선거개입 등 이명박을 조사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일들은 너무도 많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열심히 적폐수사에 매진하고 있는 검사 흔들지 말고,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검찰 수사방향을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방해물이 된다면 국민에 의해 본인이 적폐 명단에 올라가게 될 것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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