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북진으로 세워진 ‘당항성’을 시작으로, 충선왕 때 화성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남양부(南陽府)’로 승격이 된다. 군과 부의 차이는 조선시대의 지방제도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부(府)는 종 2품의 부윤이 부임하는데 비해 군(郡)은 종 4품인 군수가 부임을 해 그 격의 차이를 보인다.

‘남양부’로의 승격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망해루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두 조정의 ‘대모(大母)’로 인해 승격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왕의 어머니가 이곳 출신이라는 것으로, 이러한 사실에 부합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명덕태후 홍 씨이다. 이처럼 승격된 ‘남양부’는 조선이 들어서며 ‘남양도호부(南陽都護府)’로 불리게 되는데, ‘도호부’는 종 3품의 도호부사(都護府使)가 다스렸다. ‘남양군읍지(南陽郡邑誌)’에 따르면 남양부사는 남양도호부사와 남양진병마첨절제사, 총융청 전영장, 좌토포사를 겸한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도호부 중 특별히 안동과 강릉, 영흥, 영변, 창원 등 5곳은 ‘대도호부’라고 해서 지금의 광역시 정도의 위치였는데, 그 밖에 ‘도호부’는 지금의 기초자치단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남양도호부’가 소재한 곳이 지금의 남양 초등학교와 보훈회관, 남양 풍화당(南陽風化堂)으로, 내아 건물이었던 남양 풍화당을 제외하면 당시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남양도호부’ 관아의 입구에 해당하는 보훈회관. 와룡루(臥龍樓)가 있던 곳이다.

보훈회관 앞에 세워진 ‘남양도호부’ 표석

남양도호부의 건물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양 풍화당((南陽風化堂)

■ 지금은 흔적도 찾기 어려운 ‘남양도호부’의 관아

‘남양도호부’의 치소(治所)였던 남양읍은 현재 화성시청이 소재한 곳으로, ‘남양도호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관아는 남양 초등학교와 보훈회관, 남양 우체국과 파출소, 남양 감리교회 및 남양 풍화당 위에 자리했다. 현재 ‘남양도호부’ 관아의 배치는 1899년 편찬된 ‘남양군읍지’ 속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남양도호부’의 건물은 지금의 보훈회관 자리에 2층 누각인 ‘와룡루(臥龍樓)’가 있고, ‘와룡루’를 지나면 남양부사가 정무를 보는 공간인 ‘동헌(東軒)’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헌’의 좌우에는 다양한 관청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관아에서 중요한 핵심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객사(客舍)’의 경우 왕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를 모시고 있어,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망궐례를 올리는 의식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공무 혹은 사신으로 온 손님의 숙소로 사용이 되었던 건물로 동헌과 함께 관아의 핵심적인 건물이었다. 이 밖에 일반적인 재물을 보관하던 ‘읍창(邑倉)’과 관청에 쓰이는 제반 물자를 보관한 창고와 주방으로 쓰던 ‘관청고(官廳庫)’, 비상 수요를 위한 쌀을 보관하던 창고인 ‘저치미고(儲置米庫)’, 남양도호부의 군무(軍務)에 종사한 장교가 쓰던 ‘순교청(巡校廳)’과 ‘별순교청(別巡校廳)’, 남양부사를 보좌하는 아전 등의 관리들이 업무를 보던 공간으로 추정되는 ‘서기청(書記廳)’과 ‘사용청(使傭廳)’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아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 남양 풍화당(경기도문화재자료 제112호)으로, 본래 남양부사와 그 가족들이 거주했던 내아 건물에서 철종 때 명예 관서의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정 2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이들이 대상이었는데, 또 다른 이름으로 ‘남양기로소(南陽耆老所)’라 불리기도 한다. 한편 관아의 2층 누각인 ‘와룡루’의 현판이 풍화당의 문에 걸려 있었지만, 지난 2011년 기증이 되어 현재 화성시 향토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또한 당시 관아에는 연못이 있었는데, 지금은 남양 초등학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양 풍화당의 문에 걸려 있는 와룡루의 현판. 진품은 현재 화성시 향토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남양 초등학교에 남아있는 용지. 관아 내에 있던 연못이다.

제사시설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양향교(南陽鄕校)

■ 제사시설인 3단 1묘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남양향교’와 남양의 지명 유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남양도호부’에는 제사시설인 3단 1묘가 조성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의외로 이러한 제사는 고을의 수령이 직접 챙겨야 했다. 특별히 관아의 주도로 제사를 지내도록 한 것은 무분별하게 제사가 범람하는 것을 막고 유교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고을 수령의 주도로 운영이 되었다.

통상 3단은 곡식과 토지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 ‘사직단(社稷壇)’이 부의 서쪽에 있다고 했다. 또한 마을을 지켜주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성황단(城隍祠)’이 부 서쪽 30리에 있다고 했으며, 억울한 죽은 백성의 넋을 기리기 위한 ‘여단(厲壇)’은 부 북쪽에 있다고 적고 있다. 1묘는 통상 공자의 위패를 모신 향교를 말하는데, ‘남양도호부’의 경우 '남양향교(南陽鄕校)'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양의 경우 ‘좌묘우사(左廟右社)’라고 해서 좌측에는 ‘종묘’, 우측에는 ‘사직단’을 배치하지만, 지방의 경우 종묘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통상 문묘를 상징하는 향교가 세워지게 된다.

현재까지 제사시설인 3단 1묘 중 유일하게 ‘남양향교’가 남아 있으며, 이러한 향교는 크게 지방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기능과 성현에 대한 제향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조선의 지배이념인 유학을 널리 알리는 창구로 활용이 되었다.

한편 ‘남양(南陽)’의 유래와 관련해 ‘남양군읍지’에서는 그 유래가 불확실하지만, 중국의 남양에서 병칭했다고 하고 있어, 중국의 지명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가 바로 '와룡루(臥龍樓)'와 '용백사(龍柏祠)'인데, '남양도호부' 관아의 입구인 ‘와룡루’는 제갈량의 호인 와룡(臥龍)에서 따온 것으로, 지역의 명칭인 ‘남양(南陽)’은 제갈량의 출생지이다. 또한 ‘여지대전도’의 지도 속에서 확인되는 ‘용백사’는 제갈량의 사우로, ‘남양군읍지’의 지도에서는 ‘와룡사(臥龍祠)’로 불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동지지’의 기록에 따르면 용백사는 현종 때인 1666년에 세워졌으며, 사액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남양도호부’의 흔적을 비롯해 제사시설과 남양의 유래 등은 과거 화성시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조사와 활용방안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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