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부의 핵심적인 도시라고 한다면 수원시를 빼놓을 수가 없다. 2017년 현재 수원시의 인구는 120만이 넘는데, 이는 기초자치단체로는 최초의 사례로 손꼽힌다. 현재 수원시는 경기도청의 소재지이다. 과거 정조에 의해 수원 화성이 축성이 되어 지금도 도시 한가운데 성곽이 자리하고 있으며, 수원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수원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흔히 수원을 떠올리면 수원 화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수원 화성이 축성된 건 불과 221년 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 이전의 수원은 현 위치가 아닌 지금의 화성시 안녕리에 소재한 융건릉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은 융건릉으로 대표되는 곳이지만, 지금도 이곳에는 과거 수원부의 읍치를 감싼 ‘수원고읍성’의 일부 성벽이 남아있다. 옛 수원부의 읍치였던 ‘수원고읍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신도시 수원 화성으로 옮겨져 갔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어떠한 사건이 일으킨 역사의 나비효과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융건릉의 내부에서 확인되는 ‘수원고읍성’의 흔적

수원부의 관아가 자리했던 융건릉의 재실

■ ‘수원고읍성’과 신도시 수원 화성의 축성 배경이 된 사도세자와 현륭원(顯隆園)

최초 수원부의 위치와 관련해 ‘수원부읍지(1785~1789)’에 수록된 지도에는 화산(花山) 아래 부내(府內)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도 속에 등장하는 화산은 현재 융건릉이 소재한 지역으로, 당시 읍치에는 ‘수원고읍성’이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수원고읍성’과 관련해 그 둘레가 4035척의 흙으로 쌓은 성이 있다고 했는데, 당시에 이미 성은 허물어져 있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수원 화성이 축성된 이후의 지도인 ‘수원부지도(1872)’를 보면 이때는 팔달산 아래 수원 화성의 모습이 온전히 보이고 있다. 또한 1863년 김정호에 의해 편찬된 ‘대동지지’에서 수원도호부의 위치가 지금의 수원 화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당시 건릉과 현륭원의 위치가 화산의 남쪽이라고 적고 있어 옛 수원부의 읍치가 지금의 융건릉인 것을 알 수가 있다. 현재 융건릉 내 재실은 과거 수원부의 관아가 소재했던 곳이며, 부의 서쪽 3리에 소재한 구 수원향교는 지금의 건릉의 정자각 위치로 알려져 있다. 역설적이게도 신도시인 수원 화성의 축성은 현륭원의 이전과 관련이 있다. 현륭원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園)으로, 사도세자는 임오화변(1762)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이후 양주의 배봉산에 수은묘(垂恩廟)로 조성이 되었다. 그러다 정조(재위 1776~1800)가 즉위한 뒤 사도세자를 장헌세자로 높이고, 수은묘를 현륭원으로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현륭원을 지금의 화산으로 이장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선조 이래 화산은 왕릉의 조성 후보지로 거론되던 곳인데다 정조의 남다른 관심으로 화산과 그 일대는 능원으로 조성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원부의 읍치와 그 경계가 겹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신도시의 건설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도시가 바로 수원 화성으로 지금의 수원시였다.

구 수원향교가 자리했던 건릉의 정자각

효행로와 융건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원고읍성’의 흔적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인 임오화변과 현륭원 이전이 빚어낸 역사의 나비효과. 수원 화성의 축성 221주년

■ 허물어진 채 간신히 흔적을 남기고 있는 ‘수원고읍성’, 옛 수원부의 읍치와 역사의 나비효과

이처럼 과거 수원부의 읍치를 감싸고 있던 ‘수원고읍성’은 융건릉이 만들어지면서 크게 훼손이 되었으며, 이후 도시개발로 인해 일부 성벽을 제외하면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수원고읍성’의 성벽은 일부 구간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융건릉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에서 일부 확인이 되고 있다. 내부의 경우 건릉을 끼고 있는 산책길을 따라 화산의 정상 부분으로 올라가다 보면 찾아볼 수 있으며, 외부의 경우 융건릉과 수원대학교로 이어진 효행로와 융건로가 만나는 지점에 안내문과 표석이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간신히 흔적만 남기고 있는 ‘수원고읍성’이지만 옛 수원부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문화재로, ‘수원고읍성’을 통해 수원 화성의 축성으로 이어진 역사의 나비효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수원 화성의 축성은 결국 현륭원 이전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이 현륭원의 이전을 만들었던 하나의 사건, 바로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임오화변의 역사의 날갯짓이 221년 전 새로운 도시 수원 화성이 만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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