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2대째 떡집을 운영하는 곳이 수원 연무시장 안에 있다. 파리바게트, 크라운 베이커리, 뚜레주르 등 대기업 빵집들이 골목 상권까지 파고 들어와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어 놓고 있지만, 전통 떡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아마도 이제는 건강에 더 좋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행사 등에 사용되는 음식으로는 빵보다 떡이 훨씬 어울리기 때문이다. 떡이 좋아서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새벽잠 설치고 매일 일어나 떡을 뽑는 일은 고된 노동이다. 연무시장의 명가떡집 이원우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SK케미컬이 된 예전 동신제약이라는 회사를 다니면서 실험실에서 일하던 연구원이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동물 실험을 하는 일을 했죠. 하지만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고, 점점 떡집운영이 힘에 부치시자 결국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떡집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명가떡집은 신세대 떡집이다. 30대의 젊은 부부가 하루 종일 애써 일하지만 감각만큼은 신선하다. 떡집 바깥의 홍보물이나 진열 상태도 깔끔하다. 젊은 사장이지만 돈을 버는 데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살리는 일, 남을 돕는 일, 연무 시장안의 크고 작은 행사에 언제나 일손을 더한다.

“연무시장에서 행사를 하면 떡을 항상 스폰합니다. 작년 연무시장에서 김장하기 행사할 때에도 인절미 떡메치기 체험을 하는데 떡 8말 분량을 그 자리에서 팔았습니다. 모든 판매 수익금은 연무 시장 상인회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쓰였고요. 매일 팔고 남은 떡은 푸드 뱅크에 기부하기도 합니다.”

이원우 사장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가래떡을 썰은 것들을 봉지씩 포장하고 있는데 명가떡집은 ‘매일 가래떡을 뽑는 집’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떡집에서도 매일 매일 가래떡을 뽑기는 힘든데, 명가떡집은 인근 식당에서도 가래떡 주문이 많기 때문이다. 수원 북문의 명물 쫄면, 만두집인 ‘보영만두’의 4곳 직영점에서 사용하는 떡만두국의 재료인 쌀떡을 모두 명가떡집에서 제공한다.

“몇 년 전 상인대학에 참여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장사를 하는 데 있어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고 이윤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번 돈을 사회에 어떤 모양으로든 기부하는 것은 서로 잘 살기 위해서 중요한 일입니다.”

이원우 사장의 둘째 남동생은 경기대 법대를 나온 수재였고, 좋아하던 건축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가족 사업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역시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형제가 이제 모두 떡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직장생활이 훨씬 편하고 안락하지만, 부모님이 하시던 가업을 이어서 떡을 만드는 것도 나름 보람있다고 전한다. 부모님이 시작했던 방앗간 일에서부터 시작된 명가떡집은 2대째 이어나가면서 연무 시장의 명물로, 명실공히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수 십 년 동안 꾸준히 하다보면 ‘달인’이 된다. 몸으로 익힌 기술이 사실은 가장 큰 재주라 한다. 머릿속에 든 지식들은 시대가 지나면 변화할 수 있고, 교과서의 학문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평생 몸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들에게는 삶의 투혼과 열의가 담겨져 있다. 이원우 사장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방앗간과 떡집을 운영하면서 보여주셨던 삶의 성실함을 그대로 배웠다고 한다. 앞으로도 평생 떡집을 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싶을 따름이라고 말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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