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말을 뜻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애착을 갖는 행위라고도 한다. 일본말 오타쿠에서 ‘오덕후’로 말이 변해왔으며 이것의 줄임말이 ‘오덕’이 되었다가 다시 ‘덕’이 되었다. 무언가를 하는 행위를 낮추어 부르는 ‘질’이라는 말을 붙여 ‘덕질’이 되었다.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리고 덕질하는 사람을 ‘덕후’라고 하고, 성공한 덕후를 ‘성덕’이라 부른다.

덕질에 강한 2030 세대는 개인적인 취향이 강하다. 여행, 문화 등의 취미에 관심이 높고 캐릭터나 연예인과 함께 자라났다.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적극적인 수집활동, 공연여가활동에 돈을 쓰기도 한다. 가끔 덕질과 직업이 만나 ‘덕업일치’를 이룬 경우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7살 때 시작한 건담 프라모델(건프라) 이 직업이 된 안은찬 씨 (28세)의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건담홀릭이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아이돌 덕질에 지갑을 여는 세대도 확대됐다.

며칠 전 시아준수의 팬이라는 20대 여성 셋을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아준수의 팬이었다는 그들은 원래 같은 학교 친구가 아닌 공연장에서 자주 얼굴을 본 사이였다. 전국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시아준수의 노래 및 공연을 듣는다. 시아준수가 나오는 뮤지컬 같은 경우 5번 이상 본 적도 있다. 가수의 그 날 컨디션이나 공연장의 분위기, 오케스트라의 연주 등에 따라 같은 공연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부산, 강릉, 속초, 제주도, 일본까지 쫓아다니는 열혈 팬이다. 돈을 버는 이유가 시아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함이다. 삭막한 일상 속에서 단비 같은 일이라고 한다. 시아준수의 스케줄에 맞추어 자신의 삶도 구조조정할 정도다. 시아준수로 인해 연애도 못할 정도라고 한다. 공연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들으니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비가 오는 질퍽한 야외 공연장에 가게 될 때면 모든 준비를 갖추어야 해요. 방수 돗자리, 우비, 비닐신발 등. 인근 모텔이나 숙박업소도 사수해야 하고요. 공연장 갈 때 가지고 다니는 용품들이 많아서 항상 가방이 커요”라고 덧붙인다. “공연장을 자주 다니다가 용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한다.

사실 기성세대가 보면 공감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덕질이 세상과 소통하면서 때로는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 일이 된다. 과거 은둔형 외톨이, 집에 처박혀 쓸데없이 일하는 사람이라 여겨졌던 덕후들이 이제는 소비시장의 리더가 되고 있다. 다양성의 징표, 창조적인 매니아로 생각된다. 자신이 덕후임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한 분야에 파고들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다. 소비에서 생산까지 넘나들면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조선시대 덕후라고 손꼽을 수 있는 사람은 정약전 선생이다. 흑산도 유배 시절 수산동식물 227종에 관한 방대한 자료 ‘자산어보’라는 책을 지었다. 그의 오랜 덕질이 후대의 현대과학에도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이돌 ‘덕질’을 하는 사람들 중 사진 촬영 실력을 키워 홈페이지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 한 연예인의 사진만 끊임없이 찍으면서 누군가의 빛나는 순간을 담는다는 자부심까지 갖는다. 그리고 포토샵의 달인이 되어 팬 카페에서 팔기도 한다. 그림까지 잘 그리면 금상첨화다. 아이돌을 통해서 문학적 재능을 찾아 팬픽으로 전업 장르 소설가가 된 경우도 있다. 심지어 팬픽 덕분에 수능 국어 1등급을 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한국 아이돌도 외국 스케줄이 많기 때문에 외국어를 잘 하면 유리하다. 심지어 해외 팬을 위해 한국어 콘텐츠를 번역해주는 덕후들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덕질과 재능을 더할 때 미래에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그렇다면 덕질을 권장할 만하지 않은가!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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