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과 화성의 경계에 자리한 독산성(사적 제140호)은 오산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독산성은 백제의 의해 축성이 된 이래 조선 정조 때까지 계속 활용된 성이다. 현재 돌로 쌓은 성은 조선시대를 거치며 새롭게 조성이 된 성곽으로, 최초 백제에 의해 축성된 독산성은 지금의 세마대(洗馬臺)와 그 아래 일부 남아있는 토성을 말한다. 독산성의 독(禿)은 ‘대머리 독’으로 민둥산을 의미하고 있는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속에서는 독성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 때문에 한 때 독성산성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지금도 산의 이름으로 독성산으로 불리고 있다. 의외로 ‘독산(禿山)’이라는 지명은 삼국사기 백제 온조왕 조에 등장하고 있는데, 이 ‘독산’을 오산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기록에 나오는 독산이 현재의 오산 지역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학자들 마다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독산성이 백제 때 쌓은 성이라는 것은 출토된 기와나 토기 편을 통해 알 수가 있다. 또한 인근의 길성리 토성이나 마하리 고분군 등 백제와 관련한 유적지가 남아 있고, ‘수원군읍지(水原郡邑誌)’에 따르면 수원 광교산에 온조왕의 딸과 사위 우성위(禹成尉)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많은 이들이 찾는 오산의 관광 명소인 ‘독산성(禿山城)’

독산성의 정상에 자리한 세마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의 일화를 간직한 장소이다.

■ 독산성과 권율의 일화, 산성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물 부족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산성이 가장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당시 파죽지세로 올라오던 왜군은 독산성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과 대치하게 되는데, 이는 한양으로 올라오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였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한국전쟁 당시 오산에서 벌어진 죽미령 전투로, 서울을 점령했던 북한군과 유엔의 개입을 알린 스미스 부대가 격돌한 바 있다. 이러한 오산의 지정학적 요충지는 훗날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성하는 목적 중 하나로 한양을 방어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것에서 알 수 있다. 한편 독산성에서 1593년 7월 권율 장군이 이끌던 조선군과 왜군이 대치를 하게 되는데, 이때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왜군은 독산성에 물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해 성을 포위한 채 장기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권율 장군은 왜군이 보란 듯 산의 정상에 올라 말의 등에 쌀을 부으며, 물이 많은 것처럼 위장을 하게 되는데, 이 모습을 본 왜군이 성 안에 물이 많다고 판단해 결국 퇴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독산성의 정상에는 ‘세마대’가 세워져 있어 당시의 일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사한 사례가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 조에도 등장하는데, 당시 한나라의 군대가 고구려로 쳐들어오자 고구려는 위니암성에서 농성을 하게 된다. 한나라 군의 진영에서는 성 안에 물이 부족할 것이라 판단해 성을 포위한 채 장기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때 고구려의 국상으로 있던 ‘을두지’는 왕에게 말하길 ‘연못의 잉어를 잡아서 수초로 싸고, 또한 약간의 맛 좋은 술을 한나라 진영으로 보내자’는 의견을 올리게 되고, 이에 왕이 제안대로 수초에 싸여진 잉어를 보내니, 한나라 군대가 포위를 풀고 퇴각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예에서 볼 수 있듯 산성은 방어에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별도의 물이 나올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대개 집수시설을 만들어 물을 저장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독산성의 발굴조사를 통해 집수시설의 존재가 확인이 되면서 입증이 되었는데, 이를 통해 권율 장군의 일화와 독산성의 사례를 통해 산성이 방어에는 이점이 있지만, 물 부족이라는 취약점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산성 내에 자리한 보적사. 전승을 기원하기 위해 창건된 사찰로 여러 번의 중건을 거쳤다.

독산성의 남문. ‘화성지’에 따르면 이곳에 진남루가 있었는데, 그 아래로 ‘독성려왕릉’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익산 쌍릉 중 대왕릉의 전경. 기준왕릉 혹은 무강왕릉으로 전해졌으나, 발굴조사 결과 백제 후기의 석실분으로 확인되면서 지금은 백제 무왕의 능으로 알려지고 있다.

■ 독산성과 ‘독성려왕릉’,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할까?

독산성에는 ‘독성려왕릉’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기전영지(畿甸營誌) 수원도호부 고적 편’에 등장하는데, 사도세자가 온양으로 행차 때 독산성에 들렀을 때, 이곳에 군장으로 있던 ‘이두섭’이라는 인물이 진남루 아래 큰 무덤을 여왕릉으로 말한 것이 이야기의 골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백제의 진사왕릉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반면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데, 이는 ‘독성려왕릉’으로 전해지는 고분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판단을 내리기에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개 ‘독성려왕릉’처럼 전승으로 전해지는 경우, 전해지는 내용과 발굴조사의 결과가 판이한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는데, 가령 익산에 소재한 ‘쌍릉’의 경우 고조선의 준왕, 즉 무강왕의 능으로 전해졌지만, 발굴조사 결과 백제 후기의 석실분으로 확인이 되어 지금은 오히려 백제 무왕의 능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상주에 자리한 ‘傳 사벌국왕릉’은 진한의 소국인 사벌국의 왕릉으로 전해졌지만, 실제 무덤의 양식이 신라 후기의 석실분으로 추정이 되어 지금은 신라 경명왕의 아들인 박언창의 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후삼국 시기에 잠시나마 박언창이 사벌국의 왕을 칭했던 것에서 기인하고 있는데, 이처럼 전해지는 전승과 고분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다른 사례가 있는 만큼 ‘기전영지’에 나오는 주장만을 근거로 어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독성려왕릉’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전승의 관점에서 이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뒤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판단된다.

성을 방어하는 시설인 치(雉). 독산성에서는 8곳이 확인되고 있다.

수로와 수구가 확인된 독산성

북문에서 바라본 독산성의 모습

■ 오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자 오산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독산성

독산성은 산성으로는 드물게 보존 상태가 좋은 편에 속한다. 성은 크게 4개의 문과 1개의 암문, 8개의 방어용 치가 남아 있는데, 배수로와 출수구의 존재도 확인이 되었다. 또한 독산성에 오르면 오산과 동탄, 안녕리 방향이 한눈에 조망이 되어 왜 중요한 요충지라고 평가되는지 알 수가 있다. 최근 독산성의 발굴조사 결과 조선시대의 축대와 건물지 및 성 안에 물을 모으는 집수시설이 확인이 되었다. 이외에 고려청자 편과 와당의 출토로 조선시대 보다 앞선 시기의 유물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 독산성은 사도세자가 머물렀던 공간이자, 한때 풍수지리를 이유로 독산성을 없애야 한다고 했을 때도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독산성을 더 고쳐 쌓았던 정조의 효심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처럼 독산성은 오산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할 수 있는 곳이자,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역사의 현장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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