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학살자 전두환이 감옥에 가기 전 골목성명을 통해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결국엔 구속까지 된 사례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날 성명에서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해명은 전혀 하지 않고 가당찮게도 현재의 검찰 수사를 ‘역사 뒤집기’와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오히려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민심은 이명박과 그 주변의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규명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결국 자신의 비리 의혹을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면서 보수세력의 ‘반노무현 정서’를 자극하고 결집시켜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을 자행해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로 평가받는 이명박의 몸부림이 애처롭다.

이날 성명 내용 가운데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이것이 저의 입장이다.”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마는,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으므로 저는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자신 및 측근들에 대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로 둔갑시키는 마술과 같은 놀라운 능력이나 예의 역대급 뻔뻔함도 새삼 놀랍다. 이명박이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자신의 말이 씨가 되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여기서 권력형 비리가 없었다는 이명박이 얼마나 거짓말에 능한지 이들의 범죄와 반민주적 작태에 대해 잠깐 상기해 보자. 먼저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친형으로 구속된 바 있고, 성골 집사이자 이명박 의혹의 키맨으로 불리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역시 같은 혐의로 구속됐었다. 이명박의 정치적 멘토라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자신의 수족과도 같았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비리로 형을 살아야 했다. 현재도 감방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 중이며, 군과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에도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혐의로 최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진모 전 비서관이 구속됐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구속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하니 이명박은 그동안 지구를 떠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특이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수사기관이 앞으로 4대강 비리, 자원외교 비리, 방산비리, 제2롯데월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 제대로 진실을 파헤치면 측근들과 그 자신이 줄줄이 법정에 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이명박과 측근들에 대해 얼마나 화가 나있고, 그들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지 아마도 그만이 모르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한심한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을 자신이 막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홍준표 전 의원이 대표로 있어서 그런지 연일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 높이며 함께 죽는 길을 가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홍 대표가 투톱이 되어 서민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나고 야성을 회복한다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전에 열심인데, 이명박을 옹호하면서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론과 반대로 역행해 같이 진흙탕으로 빨려 들어가 죽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모든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자인했으니 이명박은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적폐를 뿌리 뽑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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