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 정신에 비추어보거나 지금 현재 핵과 미사일 문제로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보수정치인을 중심으로 한반도기 사용에 대한 반대를 넘어 이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한반도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며 표를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지 못하고 애국가를 연주하지 못한다”고 하다가 같은 당 박지원 의원에게 “한반도기로 입장을 하더라도 메달 수여식에는 남북의 국기가 각자 게양되고 각자의 국가가 연주된다”는 면박까지 당했다.

현재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합동 예술공연, 북측 응원단 파견, 남북 단일팀 구성, 남북 육로를 통한 이동, 상호 지역에 들어가 스포츠시설 점검 등 모처럼 만의 훈풍이 풀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미소냉전 시절 탁구로 해빙의 실마리를 풀었듯이 핵과 미사일, 대량 살상무기로 서로 협박하던 국면에서 스포츠를 매개로 대화가 시작된 셈이다. 향후 정치, 군사적 회담으로까지 이어져 전쟁위협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평화에 도달하는 방법에 있어 누구나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보수 정치인의 적지 않은 수가 아직도 70년대 반공교육 수준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그 시절을 살아 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야 그렇다 쳐도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상대적으로 젊고 깨어있는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의 맹목적인 반북의식과 꽝 막힌 안보관 역시 열릴 줄 모른다. 한반도기가 남남갈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자신이 분열을 조장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진심으로 충고한다.

한반도기의 시초는 자유한국당을 역사적 뿌리로 하는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0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논의한 1989년부터 시작됐다. 9차례의 본회의와 6차례 실무접촉을 거쳐 흰색바탕에 한반도 지도색을 하늘색으로 한 외래어 없는 현재의 한반도기가 탄생했다.

오랜 시간 남북이 대화와 상호 조정을 통해 만들어냈고, 아시안게임을 비롯, 올림픽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여태껏 수도 없이 등장한 한반도기에 대해 이제 와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그동안 한반도기를 들고 열심히 응원하고 열광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 국민들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로 전쟁의 위협이 감도는 등 최고도로 긴장이 높아져 있지만 그럴수록 대화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보수가 맹목적으로 반대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제 안보나 대북문제에 있어 보수 정치권도 달라질 때가 됐다. 시대가 변한만큼 안보관도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한반도기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잘 활용해 향후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데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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