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진행된 ‘정조대왕 능행차’(9월 23일~24일)의 재현 행사는 서울시와 수원시, 화성시가 공동으로 진행했던 문화축제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이야 ‘능행’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지만, 정조 당시만 해도 사도세자(추존 장조,1735~1762)의 ‘융릉(隆陵)’은 ‘현륭원(顯隆園)’으로 불렸기에 ‘원행’이 맞는 표현이었다. 2백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행렬이나 행사를 어제처럼 재현이 가능했던 건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로 대표되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프랑스군 참전기념비에서 구 도로인 경수대로 1220번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작은 다리가 괴목정교이다. 현재 표석의 복제품이 세워져 있다.

수원박물관의 야외에 세워진 괴목정교 표석의 진품

역사적으로 볼 때 수원시와 화성시는 정조와 불가분의 관계로, 당시 정조는 총 13차례에 걸쳐 아버지 사도세자의 현륭원을 전배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정조의 재위 기간을 고려한다면 수치상 매년 1차례씩 방문했던 셈인데, 아버지를 생각했던 정조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이러한 정조의 원행길을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유물이 바로 ‘표석’과 ‘장승’이다. ‘수원군읍지’에는 수원의 괴목정교를 시작으로 현륭원에 이르는 구간에 총 18개의 표석과 11개의 장승이 세워졌다고 했다. 지금으로 치면 현륭원까지 가는 이정표와 안내문을 설치한 격이다.

■ 원행길에 세워진 표석과 장승의 이해

흔히 우리가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바로 장승을 민속신앙의 하나로 본다는 점인데, 실제 ‘장승’의 역할은 도로 이정표의 역할이었다. 과거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통신은 주로 봉화나 파발을 통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역참제도가 발달하게 되고, 길가에 서 있던 장승은 지금의 도로 이정표의 역할을 할 수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장승의 정확한 명칭은 ‘벅수’가 올바른 명칭으로, 역참제도의 폐지와 일제강점기 때 왜곡이 된 결과 지금은 장승을 민속신앙의 하나로 잘못 알고 있는 셈이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수원군읍지’에 5리마다 장승을 설치했다는 기록을 통해 장승이 도로 이정표의 역할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매교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볼 수 있는 상류천 표석의 복제품. 본래 유천(柳川)에 있던 것이 현 위치로 옮겨졌다.

세류역 1번 출구에 세워진 하류천 표석의 복제품. 상류천 표석과 함께 진품은 수원화성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장승과 함께 주목해야 할 상징은 ‘표석’이다. 앞선 ‘수원군읍지’에 현륭원으로 가는 길 위에 총 18개의 표석이 세워져 있다고 했다. 현재 수원시와 화성시 구간에 남아 있는 진품 표석은 총 5개로, 수원시의 경우 ‘괴목정교(槐木亭橋)’ 표석과 ‘상류천(上柳川)’ 표석, ‘하류천(下流川)’ 표석이 남아 있으며, 화성시의 경우 ‘안녕리(安寧里)’ 표석과 ‘만년제(萬年堤)’ 표석이 남아 있다. 이 같은 표석은 정조의 원행길의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어, 관광자원이자 문화콘텐츠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표석을 대하는 수원시와 화성시 두 지자체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수원시의 경우 ‘화성 관련 표석 일괄’을 수원시 향토유적 제16호로 지정한데 비해, 화성시의 경우 안녕리 표석과 만년제 표석은 비지정 문화재로 방치된 모습이다.

안녕삼거리에 소재한 안녕리 표석의 진품

중외제약 사거리. 만년제가 있던 현장으로 이곳에 만년제 표석이 있었다. 표석의 진품은 현재 화성시 향토박물관의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지난해 치러진 ‘정조대왕 능행차’의 재현은 서울시와 수원시, 화성시의 공동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적어도 외형상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과 행사를 통해 문화 관광 자원으로의 활용 가능성 역시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다만 외형적인 관심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표석에 대한 관리와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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