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타개하려고 적극 나서는 이가 용감한 사람일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서는 사람일까? 물론 그런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쌓아온 자신의 입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또, 앞으로 보장된 자신의 장래 직위와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말하고,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닐까?

미국의 35대 대통령 케네디(1917~1963)가 쓴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 역사에서 용기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다니엘 웹스터 (1782-1852)라는 사람을 특별히 꼽고 싶다. 그는 남북전쟁(1861~1865)이 일어나기 10여년 전 매사추세츠주 출신 상원의원이었다. 즉 그는 상공업이 주축인 북부지역에 살고 있어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 남부지역은 농업이 주축이었기에 노예(제도)가 필요했다. 양측 간에 대립이 심하여 남북 간에 대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는 고심 끝에 상원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게 되었다. 그는 노예제도 폐지를 적극 주장하는 사람이었지만 노예제도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남북 양측의 주장을 절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0여년 동안 공고히 다져놓은 정치적 발판을 날려버릴 각오를 한 것이었다. 장차 대통령까지 바라보던 그는 그의 연설로 인하여 ‘배반자’, ‘변절자’ 등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매사추세츠 주민으로서 보다, 북부지역 사람으로서 보다 미국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그러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그는 일언반구 반박하지 않았다.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친구를 보고 "나는 눈이 내리고 있는 동안에는 마당의 눈을 쓸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다니엘 웹스터는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미국의 여성 작가 하퍼 리(1924~2016)가 1960년에 출간한 <앵무새 죽이기>라는 소설이 있다. 1929년 대공황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웠던 1930년 대 중반 미국의 남부 조그만 도시에서 인종(흑인)차별 문제를 다룬 책이다. 제목이 뜻하는 것은 백인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흑인 죽이기’이다. 흑인이 차별 받고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애티커스 핀치는 강간 용의자인 톰 로빈슨의 국선 변호사로 나서게 되었다. 그 시대에는 신참 변호사를 국선 변호사로 선임하여 경험을 쌓게 하는 게 통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아무도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는 이 사건을 경험 많은 50대의 애티커스로 하여금 변호를 하게 하였다. 애티커스가 흑인의 변호를 맡게 되자 초등학생인 어린 자녀들까지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는다. 애티커스 자신도 백인 과격주의자들한테 몰매를 맞을 뻔한 위기도 겪는다. 급기야 아들이 죽임을 당할 뻔한 사건도 일어난다. 그러나 그는 배심원 전부가 백인으로 구성되어 패할 것이 뻔한 재판에서도 톰 로빈슨의 무죄를 입증한다. 그래도 지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끝까지 해낼 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지”라고 말하면서. 대다수 백인들이 등을 돌리고 가족 전부가 위협을 받아도 무고한 한 인간, 흑인을 지키려는 애티커스 핀치야말로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닌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1987>에서도 우리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본다, 당시 사건을 부검으로 끌고 간 검사, 당시 교도관, 재야 민주인사와 조력자, 학생들 등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오늘과 같은 민주사회가 되기까지는 이렇게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임석원(작가)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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