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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소비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
김소라 기자 | 승인 2018.02.13 06:53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일주일에 1번 용돈을 주었다. 돈의 중요성을 배우고, 절약을 알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돈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이유였다. 1학년 때는 주단위로 1000원을 주었고, 2학년 때는 2000원으로 매년 1000원씩 인상됐다. 중학생이 되는 올해는 매주 1만원씩 용돈을 주기로 약속했다. 돈을 잘 쓰는 방법과 함께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느껴보라는 것이 이유였다.

얼마나 허튼 소비를 하는지 지켜보기 시작했다. 1~2학년 때는 하루에 1000원, 2000원씩 쓰는 것이 쉬웠다. 하루에 100원짜리 뽑기를 10번 하면 1000원을 다 써버린다. 돈을 쓰는 재미에 점점 빠져들면서 문방구나 슈퍼에서 온갖 불량식품을 사먹어 본다. 조잡하여 금방 고장 나는 장난감도 허구 헌 날 사들여서 재활용 수집일 날 버린 것도 상당했다.

가끔 소비에 있어서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은지 자유로운 선택을 즐겁게 하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늘 딱 한가지만을 강요당하는 아이는 당연히 가장 좋아하고 맛있고 가성비 좋은 것을 고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익숙한 것, 저렴한 것, 실패 없는 것을 고르다보니 새로운 것을 쳐다볼 여유는 사라진다. 만족스러움보다는 실패하지 않기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젊은 시절 사업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식비와 전기세, 수도세 등을 아끼면서 궁핍하게 살았지만 돈이 수중에 두둑할 때는 달라지셨다. 돈을 쓰는 재미가 생기셨다고나 할까. 전자제품 상가에 가서 오디오,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얼굴이 피어나셨다. 더 크게는 자동차나 집을 고르면서 행복하다는 말씀도 하였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소비가 아닌 실패해도 괜찮다 혹은 쓰는 즐거움도 크다는 것을 아셨다.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면서 부모님의 취향이 묻어나는 집안으로 점점 변화했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건강 관련 기구들이 많았다. 실내용 자전거, 런닝머신, 스텝퍼, 허리맛사지기, 안마의자, 족욕기, 원적외선 건강기구 등 셀 수 없이 많았다. 부모님의 취향이 묻어나는 소비를 보면서 비단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먹고 사는 것을 연명하는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소비를 하는 것은 지금 시대의 미덕일까. 그렇지 않다. 3천원, 5천원을 들고 문구점에 가서 마음껏 허튼 소비를 허하는 자유를 만끽한 아이는 이제야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면서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돈을 모을 줄 알게 되었다. 금방 고장 나는 물건이나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굳이 사지 않는다. 적은 돈을 펑펑(?) 쓰면서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마음껏 써 보라고 쥐여 준 용돈 때문이다.

취향은 사치스러움이 아니다. 겨우 먹고살기 위해 절약하고 아끼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이 아니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자기만의 기준과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취향을 찾아나가는 일이다.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세상이 될 때 결국 서로를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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