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화재 중 향교가 있다. 지방의 경우 향교는 통상 관아와 함께 설치가 되는데, 이는 향교가 지방의 제사시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방의 제사시설은 보통 3단 1묘가 조성이 되는데, 3단은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직단(社稷壇)’, 억울하게 죽은 백성을 위로하는 ‘여단(厲壇)’, 마지막으로 마을을 지켜주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성황단(城隍祠)’이 그것이다. 남은 1묘는 보통 향교를 지칭하는데, 공자의 위패를 모시고 있기에 ‘문묘(文廟)’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관아에서 제사를 챙겼던 이유는 민간신앙이 범람하는 것을 막고 유교적인 것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향교는 관아와 함께 설치가 되었고 제사시설의 기능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향교는 지금으로 치면 공립학교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강학(교육)의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이를 상징하듯 향교의 건물은 크게 강학을 중심으로 하는 ‘명륜당(明倫堂)’과 기숙 공간인 동재와 서재, 제향을 중심으로 하는 ‘대성전(大成殿)’과 동무와 서무가 배치된 특징을 보인다. 대개의 경우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로 입구에 외삼문이 있고, 명륜당과 동재와 서재가 배치되어 있다. 명륜당을 지나면 내삼문이 있고, 대성전과 함께 동재와 서재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화성성묘전배도’ 속 수원향교 대성전의 모습. 수원화성박물관 복제품 촬영

수원향교의 대성전. 규모는 5칸으로 좌우로 동무와 서무가 배치되어 있다.

■ ‘화성행행도’ 속 수원향교의 모습과 정조의 대성전 전배

수원향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성행행도’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는데, 팔폭병풍의 첫 장을 장식한 ‘화성성묘전배도(華城聖廟展拜圖)’가 그것이다. 1795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 화성을 찾았는데 당시 아버지 사도세자의 현륭원 전배와 함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치르기 위한 방문이었다. 수원에 도착한 정조는 공식적인 첫 행사로 수원향교의 대성전을 전배했다. 보통 정조하면 개혁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 정조는 보수적인 성리학자로, 당대 유행하던 ‘패관문학’에 대해 제재를 가할 정도로 완고했다. 오죽했으면 패관문학을 ‘패관잡기’라 칭하며 더욱 유학을 진흥시키고자 했다. 정조가 수원향교의 대성전을 공식적인 첫 행사로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원향교를 방문한 정조는 명륜당에 도착해서 면복으로 갈아입고, 규(圭)를 들고 대성전을 참배했다. 이것이 화성성묘전배도의 그림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과거 수원부의 읍치가 있던 수원고읍성성. 현재 융릉과 건릉의 자리다.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건릉. 과거 수원향교가 자리한 곳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수원향교를 떠올리면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위치한 수원향교를 떠올리지만, 본래 수원향교는 수원부의 읍치가 있던 수원고읍성(경기도 기념물 제93호) 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의 화성시 안녕동 일대로, 수원향교가 있던 곳은 정조의 능이 있는 건릉의 자리다. 어떻게 보면 사도세자의 현륭원 이전이 수원향교가 옮겨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수원향교는 수원 화성의 축성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통진향교의 대성전. 규모가 3칸으로 좌우에 동무와 서무가 자리하고 있다.

진위향교의 대성전. 규모는 3칸으로 동무와 서무가 없다.

■ 지방의 격에 따라 틀린 대성전, 수원향교의 위상을 말하다

수원도호부의 이전과 함께 1793년 수원은 ‘화성유수부(華城留守府)’로 승격이 되며, 단숨에 도시의 위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이러한 도시의 격은 수원향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 지방을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향교이지만, 지방의 격에 따라 향교는 배향하는 성현의 수가 다르고, 대성전의 규모 역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가장 낮은 ‘현’의 경우 외삼문과 함께 대성전만 위치하고 있으며 그 크기 역시 3칸이다. 반면 ‘주’와 ‘부’, ‘군’의 경우 외삼문과 함께 대성전이 있는 건 앞서 동일하나, 좌우로 동무와 서무가 배치되는 차이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양의 성균관과 개성을 비롯해 수원 등의 향교는 대성전의 크기가 5칸으로 앞선 3칸에 비해 규모의 차이를 보이며, 좌우에 동무와 서무가 배치되어 있는데, 인근의 남양향교나 진위향교 등과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또한 규모가 크다 보니 배향한 성현의 수도 기존과는 차이를 보이는데, 수원향교의 경우 공자를 중심으로 5성위와 함께 공문 10철, 송조 6현과 동국 18현이 배향되어 있다. 또 하나 향교에서 눈여겨볼 점은 하마비로, 보통의 경우 향교에는 입구에 홍살문과 함께 하마비가 세워지게 된다.

강학이 이루어진 수원향교의 명륜당과 좌우에 배치된 기숙 공간인 동재와 서재

수원향교에 세워진 하마비. ‘대소인원개하마’가 새겨져 있다.

수원향교의 경우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라 새겨져 있는데, 이는 지위에 상관없이 이곳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가라는 의미로 당시 향교가 어떻게 인식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실제 하마비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범마(犯馬)’의 기록을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삭탈관직된 사례도 확인된다. 이러한 수원향교는 당시 수원 화성의 위상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과 현륭원의 이전과 함께 신도시 수원 화성이 축성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수원고읍성에서 지금의 팔달산 아래로 옮겨진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화성행행도’를 통해 정조가 수원향교의 대성전을 전배한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유학을 진흥하고자 했던 정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한편 지방의 격에 따라 향교 대성전의 규모가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어 당시 수원이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이 되었는지 수원향교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처럼 수원향교를 바라볼 때 단순하게 외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할 때 생동감이 있는 문화재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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