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역사의 호흡 속에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1820~1898)’은 분명 특별한 존재다.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마다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어 우리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지금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의 시대는 내부적으로 세도정치의 막장 속에 백성들에 대한 수탈이 심해지던 시기로 이른바 삼정의 문란(전정, 군정, 환정 등 수취 제도의 문란)으로 각지에서 민란이 들불처럼 일어나던 시기였다. 외부적으로 열강들이 개항을 요구하며 서해 바다에 출몰하는 등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 철종이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반세기 넘게 지속된 세도정치에 왕권이 추락해버린 당시 흥선군과 ‘조대비(신정왕후 조씨, 1808~1890)’는 흥선군의 차남인 명복을 왕으로 세웠는데, 이가 바로 고종이다. 고종이 왕위에 오른 뒤 흥선군은 대원군에 봉해지고, ‘국태공(國太公)’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 흥선대원군으로 불리며, 조선 역사상 최초로 살아있는 대원군의 사례가 되었다. 또한 당시 고종의 나이가 어렸기에 3년간 조대비의 수렴청정이 끝난 뒤,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하며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된다. 당시 흥선대원군의 권력에 대해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는 당시 ‘대원위분부(大院位分付)’로 명이 시행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묘. 가장 먼저 비석과 함께 묘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 노거수는 오랜 역사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을까?

■ 흥선대원군의 개혁과 실책, 권력을 놓지 못한 그의 말년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흥선대원군은 세도정치에 억눌린 왕권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가장 먼저 서원철폐(1864)를 실시하여 전국 47곳의 서원을 제외하고 모두 철폐를 했다. 본래 좋은 뜻에서 설치된 서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질이 되었는데, 묵패(墨牌)를 이용해 제수에 쓸 비용을 강제로 걷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또한 서원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 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이 생긴 까닭에 당시 서원 철폐에 대해 유생들 역시 저항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런 유생들의 모습은 비웃음을 당했다. 그러나 서원철폐의 경우 백성들의 환영을 받은 반면 경복궁 중건은 정치적 실책에 가까웠다. 당시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사라진 뒤 초석만 남아있던 곳이었다. 이러한 경복궁을 중건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로 했기에, 당시 흥선대원군은 원납전(願納錢)이라 해서 기부를 받았다. 그럼에도 돈이 모자라자 여러 명목의 세금을 신설한다. 도성 문을 드나들 때 바친 문세전(門稅錢)을 비롯해, 지방의 경우 장정의 머릿수를 매긴 신랑전(腎囊錢), 논밭의 넓이를 따져 물을 쓰는 값을 내게 한 수용전(水用錢) 등 갖은 명목의 세금을 걷어갔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토목공사는 민심의 이반을 초래하게 되는데, 결정적으로 당백전(當百錢)을 발행한 결과 화폐 체계의 붕괴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때문에 흥선대원군의 무리한 토목공사였던 경복궁 중건은 지금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천주교인들에 대한 병인박해(1866)가 일어나고, 이 여파로 프랑스가 수교를 구실로 침입했다. 이때 강화도로 쳐들어온 프랑스군에 의해 외규장각은 불타고, 안에 있던 의궤는 프랑스로 약탈이 되었다. 대외적으로 열강들의 개항 요구가 있었지만, 흥선대원군은 이에 대해 척화비를 세우며 쇄국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러한 흥선대원군의 섭정도 고종이 친정을 하면서 1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이홍장에 의해 청으로 납치된 흥선대원군. 당시 마산포를 통해 청나라로 끌려갔다.

흥선대원군 묘의 봉분. 앞에 설치된 상석과 고석

묘역의 중앙에 세워진 장명등

■ 파란만장한 풍운아의 삶을 살았던 흥선대원군의 묘

권력에서 물러났지만 그럼에도 권력의지를 놓지 않았던 흥선대원군은 이후에도 역사적 사건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복권을 위해 고종을 몰아내려는 시도를 하는가 하면, 임오군란(1882)이 발생하면서 잠시나마 권력을 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청에 있던 김윤식은 청의 실권자인 이홍장(1823~1901)을 만나 대원군에게 죄를 물을 것을 청했고, 이에 이홍장은 마건충과 정여창을 파견해 흥선대원군을 납치해 청나라로 끌고 갔다. 당시 흥선대원군이 끌려갈 때 출발했던 곳이 지금의 화성시 고포리 일대인 ‘마산포(馬山浦)’다. 이후 조선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권력 의지를 놓지 못했고, 여러 일들로 인해 결국 고종과의 사이 역시 극도로 악화되었다. 이러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장면이 흥선대원군의 장례식으로, 1898년 2월 세상을 떠난 흥선대원군의 장례식에 고종은 참석하지 않았다. 조선이 유교사회였다는 점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당시 부자간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석의 상단에 대원군이 아닌 대원왕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배면에서 바라본 흥선대원군 묘. 멀리 화도읍의 시내가 조망된다.

현재 흥선대원군의 묘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정표가 있지만 처음 찾기에는 묘역의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시대의 풍운아답게 묘역은 여러 번의 이장을 거쳐 현 위치인 화도리에 자리하게 된다. 특히 흥선대원군 묘에서 주목해볼 곳은 바로 비석이다. 비석의 상단에는 흥선대원군의 신분이 ‘대원왕(大院王)’으로 새겨져 있다. 이는 흥선대원군의 사후 고종에 의해 추증이 되었기 때문인데, 당시 조선은 황제국인 대한제국으로 선포된 뒤였다. 이에 따라 흥선대원군의 공식적인 시호는 ‘흥선헌의대원왕(興宣獻懿大院王)’이 되었으며 흥선대원군의 묘를 ‘흥원(興園)’으로 부르기도 한다. 묘역은 봉분을 중심으로 가운데 상석과 고석이 자리하고 있고 장명등이 세워져 있다. 봉분을 보호하는 곡장과 함께 좌우에는 망주석이 1쌍, 문인석과 석마가 각 1쌍이 자리하고 있다. 특이하게 석양은 1쌍이 있지만 석호는 세워지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배면에서 바라보면 묘역과 함께 화도읍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엇갈리지만 그럼에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란만장한 삶이자 우리 역사의 순간마다 존재감을 드러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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