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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
김소라 기자 | 승인 2018.02.28 11:53

칠보산 정상에서 황당한 일을 마주했다. 봄이 오려는 햇살을 받으며 산을 가볍게 올라가 거친 숨을 내쉬며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보온병에 싸가지고 간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가방에 넣어 두었던 책을 몇 페이지 읽으면서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고 있는 찰나. 갑자기 한 노인이 오더니 “아줌마 저쪽으로 가서 앉아. 여기 내가 운동하는 자리야”라고 말한다.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이 매일 운동하는 자리라고 하면서 비키라고 명령하는 말투는 분명 자신이 권력자임을 내세우는 듯했다.

“저 여기서 아까부터 책 읽고 있었는데요. 왜 그런가요?”라고 물었더니 무조건 “딴 데 가서 해!”라고 한다.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듯 혹은 아랫사람 부리듯 표현하는 말투에 기분이 심히 상했다. 행복한 나만의 월요일 아침의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와 관계도 없는 정신 나간 노인네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화났던 기분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았다. 갑자기 예전에 보았던 심리학 관련 신문 기사가 생각이 나서 검색해 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인 대커 켈트너 교수는 20년 간 연구와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학설을 발표한 바 있다. “권력을 지닌 사람은 마치 정신적 외상을 유발하는 뇌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충동적이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며, 역지사지 능력이 하락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권력이 공감능력의 기초라고 여겨지는 ‘미러링’(mirroring)이라는 신경작동과정을 저해하게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 혹은 권력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사물을 바라보고, 타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라는 말은 사실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키던 은어였다. 최근에는 구태의연한 구시대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 하는 직장 상사 혹은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되었다. 꼰대의 특징은 뭘까.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고, 남의 말 듣지 않으며 어린 사람을 무시한다. 특히 여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버럭 화를 낼 때가 많다.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말은 대개 꼰대들의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는 상습적인 어투다. 꼰대들은 절대로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으며 남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꼰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이 많은 이들만 꼰대라 지칭하지 않는다. 자신을 우주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는 꼰대, 자신과 다른 스타일의 삶을 틀린 것처럼 규정지으며 계몽하려고 드는 꼰대, 특정 권력을 갖고 자신의 뜻대로 이루고자 하는 꼰대 등 다양하다. 일상에 만연한 꼰대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오만증후군’이라는 병을 진단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역지사지 능력이 떨어지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 오만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무모하게 행동하기 쉽다. 그리고 남을 경멸하는 태도를 통해 결국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낸다.

꼰대들의 오만증후군은 분명 치료해야 할 병이다.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질병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일상에서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보면 무조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꼰대’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다. 결국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되며, 사회 통합과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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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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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일 2018-02-28 13:56:22

    대한노인회의 노인강령 전문을 보면 "우리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항상 젊은이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지니는 동시에...."라고 나오지요. 나이가 권력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노인들 스스로도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생각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느것 같습니다. 노인을 존경하고 싶어도 꼰대의 모습까지 존경할수는 없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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