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지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되고, 더불어민주당 경선도 달구어지면서 경기도지사 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탈당 후 복당한 남 지사를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남 지사를 전략 공천한 배경에 대해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은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와 경제철학을 구현할 건강하고 능력 있는 보수의 재탄생을 바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그 분수령”이라고 규정하면서 “‘나’의 삶에 희망이 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 정치 최초로 연정(聯政)을 도입해 권력을 나누었다. 권력을 나눈 결과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청년들에게는 일자리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했다. 경기도에서 보수와 국가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고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켰다.

■ 탈당 후 복당한 남경필, 보수층 결집으로 일대일 구도 형성이 관건

남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개혁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과 함께 했으며, 자유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며 날을 세워왔다. 이러한 남 지사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그동안 ‘배신자’라고 규정하면서 남 지사를 꺾을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세울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염두에 두었던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불출마로 기울면서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남 지사를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결국 남 지사가 낙점됐다.

남 지사와 같은 수원 출신으로 도지사를 노렸던 김용남·박종희 전 의원은 남 지사에 대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배신의 정치 ▲연정을 통한 이적행위 ▲아들 마약 등 가족문제로 불거진 자기관리 실패 등을 제기하며 비판했다. 남 지사를 공천한 홍 대표에 대해서도 “깜도 안되는 당 대표”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어서 위기”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전략공천은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백기 드는 것”이라며 권역별 경선을 주장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보수가 분열된 상태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으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며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철새정치인 이미지까지 감수했던 남 지사는 우여곡절 끝에 보수후보로서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선거에 있어 패배한 적이 없는 백전노장의 남 지사가 현재 여당인 성남시장 출신의 이재명 예비후보에 비해 거의 세배 가량 뒤진 지지율 격차를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관건은 탈당 후 복당한 남 지사가 보수의 결집으로 여야 일대일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느냐 여부이다. 개혁적 이미지로 보수를 넘어 확장성을 갖고 있던 남 지사가 탈당 및 복당으로 보수의 결집도, 중도나 진보의 표를 모아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16년간 도지사를 내 주었던 민주당, 탈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

역대 4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무려 16년 동안 보수 후보에게 도지사 자리를 내 주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는 반드시 경기도를 탈환한다는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에 대한 지지도가 무려 70%대와 50%대에 이를 정도로 집권 초 여권에 대한 지지도가 압도적인 상황이라 당내 경선이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는 등 미투운동으로 인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당의 지지지도는 떨어질 줄을 모른다. 더구나 4월과 5월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보수의 냉전적 이념공세는 더욱 설 땅을 잃게 되고 여권에 유리한 정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사이다 발언과 선명한 개혁성을 무기로 지난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후 부부가 함께 출연한 TV 예능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더욱 높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현재 압도적인 대국민 지지율로 가장 앞서 있고, 친문 주류이자 경기도당 위원장 출신으로 당내 기반과 조직력이 강점인 전해철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이 전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형성된 친문세력의 반감을 극복해야 하고, 전 의원은 낮은 대국민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 인지도의 이재명 VS 친문 조직력의 전해철 VS 광명동굴 신화의 양기대

남경필 지사의 자유한국당 후보 확정이 된 21일 이재명 전 시장은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돌입했다. 이 전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올해는 경기정명 천년이 되는 해다. 새로운 경기도를 바라는 열망이 높다. 경기도를 바꿔달라는 도민의 바람을 담아 오늘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선거사무실도 자신의 본거지인 성남이 아닌 경기도청이 위치한 곳이자 경기도의 수부도시라 일컬어지는 수원의 시청 사거리에 마련했다.

전해철 의원은 이번 주 안에 경선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발 빠르게 지방분권 개헌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친문 조직화에 신경 쓰고 있고, 남경필 지사에 대해서는 광역대도시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등 남 지사 맞상대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또한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 경기도호남향우회총연합회,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한국유치원총연합회경기도회 등 주요 직능단체를 돌며 바닥을 다지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광명동굴 신화를 바탕으로 KTX광명역세권 기업유치, 산업단지 조성, 유라시아 대륙철도 추진, 위안부 피해자 지원, 혁신교육 실현 및 무상교복,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선정 등 조그마한 도시 광명을 개혁의 메카로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게 만든 양기대 전 광명시장의 지도력은 흔히 성남과 비교된다. 막대한 재정을 바탕으로 한 복지 실현과 TV 예능으로 인지도를 얻은 이재명 전 시장과 비교해 무에서 유를 창출한 성과를 바탕으로 성공한 단체장으로 평가받는 자신은 다르다는 것이 양 전 시장의 주장이다. 이재명의 대세는 없으며, 정책과 능력, 도덕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각을 세운다. TV 예능과 청와대와의 친밀감으로 형성된 이재명과 전해철의 대세론은 허구이며, 기초단체장으로서 이뤄낸 성과와 경기도의 비전, 본선 표의 확장성을 고려할 때 자신이 최적의 후보라고 강조한다.

바른미래당은 서울 안철수에 이어 경기도에서 본인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대표 차출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정의당 역시 심상정 의원의 불출마 의사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여전하다. 유 대표와 심 의원이 나서지 않는 이상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경기도선거에서 의미 있는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서울 안철수(바른미래당)·경기 남경필(자유한국당)·인천 유정복(자유한국당)이라는 빅딜 야권 단일화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생물과 같이 변하는 정치의 속성상 경기도지사 선거 관련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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