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 사안마다 부딪히며 정쟁을 일삼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기득권 거대 양당이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에는 일심동체 동지의식을 발휘해 빈축을 사고 있다. 소수정당을 말살해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봉쇄하고 지방의회를 독점하고자 하는 이들의 작태가 바로 청산해야 할 구시대 적폐라 하겠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어 ‘기초의원 선거구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80명 중 찬성 55명, 반대 22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그나마 고양과 남양주 2개 지역에 존재했던 4인 선거구제는 경기도에서 없어졌다. 특히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며 비판해왔던 민주당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개혁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표의 비례성 강화’ 원칙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에도 배치된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시의회에서도 20일 3인 선거구 53개 안은 49개로 줄어들고, 7개 4인 선거구가 모두 2인으로 쪼개지며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인천 역시 16일 양당이 선거구 조례 개정안을 확정 가결하면서 3개의 4인 선거구를 없애며 똑같은 짓을 벌였다.

한 선거구에서 3~4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는 거대 정당의 의석 독식을 막기 위한, 경제로 치면 일종의 재벌에 의한 시장독점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번에 기존보다도 더욱 기초의원 선거구제가 후퇴하면서 기득권 양당이 카르텔을 형성해 지역의 토호세력과 결탁하며 온갖 특권과 이익을 누리는 부조리한 현실은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정과 민주주의, 자유로운 경쟁의 논리는 정치적 강자들의 탐욕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소수정당 후보와 시민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신인의 지방의회 진출은 더욱 힘들게 됐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등 소수정당은 일제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갑질을 비판하며 구태 세력, 개혁을 저버리는 기득권 세력을 국민이 심판해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적폐청산’과 ‘정의’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무시하고 막가파식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양당의 지도부는 이제라도 자신들의 시도지사들이 재심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재와 같이 당리당략에 따라 광역의회가 기초의회 선거구를 획정하는 모순을 없애고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가 선거구를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촛불항쟁으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국회와 광역 및 지방의회 등 여전히 정치권의 적폐는 뿌리 깊다. 자신들에게 도전하고 이익을 침해할 것 같으면 싹부터 자르고자 하는 갑질 기득권 양당을 정신 차리게 하려면 유권자인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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