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가 둘 있습니다.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봉담, 동탄, 수원까지 총 3호점의 발달장애아동대상 심리치료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치료뿐 아니라 장애인식개선교육, 장애인성교육, 장애공감도예교육, 부모교육사업으로 확장하여 부모와 아이 모두 함께 자라가는 협동조합을 꿈꿉니다.”

임신화 이사장의 꿈은 소박하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안심하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치료센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부모만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구조가 아닌 나라의 복지시스템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다. 장애는 치료 가능한 영역이 아니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 아니다.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고, 조금 더 나은 상태를 만들 뿐. 오히려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전체 인구의 2%가 발달장애라고 한다. ADHD나 경계성 장애도 많다.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고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 희생하는 구조에서 부모는 지친다. “내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은 모든 발달장애를 둔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의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진로 및 취업과 생계문제다. 졸업 후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신규를 뽑을 수 없는 정원제한이 있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집밖에 나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사실상 보호만 합니다. 어쩌면 갇혀있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인권침해도 많아요. 인간다운 삶을 못 누리죠. 이곳에서 보호만이 아닌 ‘활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역사회로 나갈 수 없는 구조에요. 앞으로 문화센터나 주민자치센터와 같은 곳을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돼요. 또한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그룹홈이 늘어나 현실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렇게 강조하면서 부모들의 고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함께 카페를 만들거나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큰 문제로 보인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 시간과 돈을 쏟아 부어 희생하는 구조다. 카페의 서비스도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

자폐성 장애는 매년 증가한다. 인구 100명당 4명꼴이라 한다. 발달장애는 모든 장애 영역 중 의학이 발달하면서 증가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환경이나 사회, 뇌의 문제라고 하지만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앞으로 장애인 정책은 탈시설, 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폐지가 이뤄져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무엇보다도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의 특징은 발달장애 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조합원 중심의 치료센터라는 점이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미술치료, 놀이치료, 감각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받는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한 달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장애아동발달재활바우처를 이용한다고 해도 개인 부담이 높다. 꿈고래놀이터협동조합은 조합비를 내고 이용하게 되는데 일반 사설 심리치료센터보다 훨씬 저렴하다. 타 기관의 경우 50분 활동에 7~10만원 정도의 치료비가 이곳에서는 동일 시간 36,000원이다. 치료사 선생님들의 경우 높은 실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센터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부모와 치료사, 상담사에게 환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가 있다.

또한 지역에서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안타까운 일을 전하면서 임신화 이사장은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런데 4월 2일은 ‘세계자폐인의 날’인 것을 사람들이 잘 몰라요. 유엔 사상 최초로 만장일치로 정한 세계적인 의미 있는 날이에요. 세계의 랜드마크들이 자폐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점등하고 행사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어요. 제가 화성시청에 제안하여 최소한 화성시에서라도 세계자폐인의 날 홍보를 하고 싶었어요. 장애 아동이 만든 도자기 작품을 무료로 나눠주고, 시민들은 아이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쓰도록 하는 것을 기획했어요. 그런데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화성시청 관련부서 만나 열심히 설득하고 제안했지만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관 특유 고압적인 자세와 부서끼리 서로 미루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장애의 문제는 이제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복지 영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편견의 벽은 높다. 부모협동조합을 만들어 힘을 모아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조금씩 발달장애를 둔 부모 및 아이가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그녀의 소박한 꿈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