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신청 못하는 이유?
이소영 기자 | 승인 2018.04.10 10:28

대학을 졸업한 동생이 취업을 했다. 덕분에 자식 걱정하던 엄마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취준생 신분으로 한창 면접을 보러 다니던 동생에게 회사를 보는 기준을 물은 적이 있다. 동생은 대중교통으로 가기 편한 곳, 직무 연관성, 마지막으로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을 허용하는 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찾은 동생은 열심히 신입사원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핫하다는 ‘경기도 일하는 통장’은 대체 무엇일까. 쉽게 말해 월 10만원씩 3년을 모으면 1000만원으로 돌아오는 마법 통장이다. 중위소득 100%(1인 월 165만원) 이하의 청년 노동자(만18세~34세)가 도가 내는 사업 대상자 선발 공모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대상자 여부가 결정된다. 돈을 벌어도 주머니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저임금 청년 노동자들에게는 두 눈 번쩍 떠지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경쟁률도 그만큼 치열하다. 2017년 9월 4,000명 모집에서는 3만7,402명이 지원해 9.4대1이라는 역대 최고 신청률을 기록했다. 자격요건에 있어서 유연함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소지가 경기도지만 직장 소재지가 경기도가 아니더라도, 공고일 현재 본인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경기도로 되어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상용직(근로계약기간 1년 이상), 임시직(근로계약기간 1개월 이상~1년 미만), 일용직(근로계약기간 1개월 미만) 등 시간제 아르바이트 일을 해도 상관없다. 4대 사회보험 역시 들어있지 않아도 괜찮다. 통장 가입 후 일을 그만두더라도 통장이 해지되지 않고, 9개월간 이직을 위해 통장적립을 유예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일하는 통장 외에도 도가 만든 ‘일하는 청년시리즈’는 꽤나 솔깃하다. 2년간 매달 3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 마이스터 통장’과 근속연수에 따라 1년에 최대 120만원이 지급되는 ‘청년 복지포인트’는 청년들의 사기를 북돋아줄 거라고 본다. 실제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대상자 50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97.8%가 청년통장 정책에 대해 만족해했다. 응답자의 89.8%는 ‘청년통장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증대됐다’고 말했다. 필자의 친구들 역시 간만에 정부 정책이 신선하다며 정보를 주고받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서울의 한 중소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하는 말이 의외였다. 신청하고 싶어도 회사에서 선뜻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거였다. 이유인즉슨, 본인 회사는 모대기업과 친인척 등으로 연관된 회사라 중소기업이어도 수주를 거의 독점계약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독과점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하는 정책이나 조사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했다. 때문에 경기도에 거주하는 다른 직원들 역시 신청하고 싶지만, 괜한 논란을 일으킬까봐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못 잡는다고 했단다.

동생 역시 면접을 하러 다닐 때 청년통장을 하겠다하면, 썩 내켜하지 않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했다. 왜 그럴까. 무엇이 캥겨서 적극적이지 않은 듯 한 인상을 줬을까. 회사가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청년연금’ 때문에? 100명 미만 업체에 다녀야만 ‘청년 복지포인트’를 신청할 수 있어서?

물론 위와 같은 이유에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업주의 분위기와 가치관이 한 몫 할 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분명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생길 것이다. 경기도는 여러 의견을 반영해 2차 모집부터는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인 모양새다. 차질 없이 사업을 수행하는 목표 아래에는 업주의 인식 개선도 필요할 거라고 본다. 총 1478억원의 예산이 허공에 증발할지, 실효성을 거둘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소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6310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조로 966(조원동)  |  대표전화 : 031)373-8770  |  팩스 : 031)373-8445
등록번호 : 경기, 다01040  |  발행인 : 조백현  |  편집인 : 조백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백현 대표   |  이메일 : mail@newstower.co.kr
Copyright © 2018 뉴스타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