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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방임자’와 ‘외면자’도 잘못 있다
이소영 기자 | 승인 2018.04.10 11:09

9살 아이가 죽었다. 현직 공군 상사인 외삼촌에게 폭행당해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에서. 주민들은 아파했고, 슬퍼했고, 안타까워했고, 분개했다. 나 역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울부짖었을 어린 아이가 아른거린다.

‘아동학대’란 아동복지법 제3조에서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폭력 등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아동학대 사례는 무수히 많다.

‘15개월 쌍둥이 자매 곳곳에 멍들어’ ‘5세 아동 실명시킨 내연남 징역 18년 선고’ ‘귀신 쫓는다며 세 살배기 딸 때려 숨지게 한 친모’ ‘경기도 안산 이어 또 이천에서 아동 폭행 사망’ 기사 제목만 봐도 느껴지는 섬뜩함, 이것이 바로 ‘아동학대’다.

나 역시 부모 된 입장에서 미치도록 슬프다. 무엇보다도 학대를 당하면서도 좀 큰 아이들은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 등을 부르며 매달렸을 것이다. 부모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내쳐지면서도 도망칠 수 없는 아이들.

간혹 남편과 싸울 때, 아이가 지치게 할 때 때리고 싶을 만큼 아이가 미워진다는 엄마들이 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뚜껑이 열린다고 표현할 일이 많이 생겨서 그런 심리를 알 만하다. ‘아이 쳐다보기’와 ‘아이 돌보기’는 명백히 다르니까. 아이가 막 백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신랑은 밤샘 근무를 하는데 아이가 평소보다 두 배는 자지러지게 울고 잠을 자지 않았다. 안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웃겨보고, 백색소음을 틀기도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치지 않는 울음에 점점 화가 났다. 우는 아이 얼굴을 보다가 폭신한 침대 위를 쳐다봤다. 순간 이런 마음이 들었다. 하, 내동댕이치고 싶다. 내가 생각해도 무서운 생각이지만, 정말 실행에 옮기고, 그걸 지속적으로 반복했다면 학대가 되는 것이다.

학대는 결국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2015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80% 이상이 부모에게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중 30% 이상이 양육 방법을 잘 몰라서 아이들을 훈육한다며 때리다가 벌어진다고 한다.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엄마는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힘을 기르는 방법이 있다. 바로 숨을 고르면서 한 박자 쉬며 힘을 빼야 한다.

또 하나. 별것 없지만 별것 아닐 수 있는 해결책. 아동학대는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가족관이 희미해진 이때 사회적, 제도적 감시망을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게 참 쉽진 않다. 또 하나,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을 대할 때마다 주변 이웃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정말 몰랐다고.

나는 우리 일층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고, 나 역시 몰랐다는 사실에 또 하나의 ‘방임자’라는 생각을 했다. 헌데 다 내 마음 같지 않은 듯하다. 언론사의 취재 후 동네 주민들은 굉장히 쉬쉬하는 분위기가 대다수였다. 취재기자가 와서 물어봐도 ‘모른다’는 반응을 하라는 카톡도 나돌았다. 직접적으로 말은 못 했지만, 이 역시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아니어도 ‘방임자’, ‘외면자’의 행동이다.

몇 달 전, 아이와 도서관에 갔다가 비가 쏟아져 택시를 탄 적이 있다. 택시기사는 근처 정미소에서 쌀을 받아 트렁크에 싣고 목적지까지 운행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시장을 지나쳐야 하니, 그러시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 기사는 시내로 나오기 힘든 독거노인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무료로 해주고 있었다. 나를 데려다준 후 독거노인 어르신에게 쌀을 갖다 준다는 것.

“오랫동안 연락이 없으시면 한 번씩 가보게 돼요.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뒤늦게 발견된 경우가 있었거든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어르신들의 먹고사는 형편을 아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이렇게 뭘 사다 달라고 요청하시면 물건 값만 받아요. 돈 몇 푼 더 주시려고 하면 안 받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선하디선한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자체에서 엄마들을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급하게 분유가 떨어졌을 때, 기저귀가 부족할 때 근처 택시기사님이 사다 주신다면 마음이 아픈 엄마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얼핏 집안을 들여다보면 느껴질 테니까. 가정이나 보육시설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소식이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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