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수 작가는 스스로 여행자를 꿈꾸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미대 졸업 후 시각디자인으로 밥벌이를 한다. 돈이 되는 일뿐 아니라 항상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홀로 몽골여행을 3번 다녀왔고, 올해는 미국 횡단 자동차 여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도 자주 다닌다. 아들과 딸 둘 다 모두 미술을 전공했다. 생활인으로서 예술가로서 둘의 감각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3년 전부터 시작한 ‘정미소 프로젝트’를 하나의 전시로 완성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성과라고 말한다. 마을마다 하나씩 있었던 정미소는 그 해 농사의 기쁨과 사람들의 대소사를 함께 했던 공간이었다. 정성들여 농사짓고, 방아 찧어 쌀이 나오기까지의 수많은 정성과 노동의 시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과거 방앗간이나 정미소는 풍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계화, 대형화되는 농업으로 변천되면서 정미소는 거의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고자 한 예술가의 노고와 땀, 시도는 가치 있다.

수원에서 최고로 그림 잘 그리고, 사진 잘 찍는 이들이 모여 의미있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즐기면서 쉬엄쉬엄 사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남겼다. 바로 20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 온 지역 예술가인 금정수, 오영진, 이명재 작가와 함께 뭔가 신나는 일을 시도해보고자 시작한 일이다. 정미소는 과거 일상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사라져가는 역사일 뿐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정미소를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일본 고현학의 창시자인 콘 와지로의 말을 덧붙인다.

"1922년 콘 와지로는 이미 일본의 민가라는 서적을 출간했고, 1922년~1944년까지 조선 민가의 변천을 스케치와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경성 창신동 부근의 보통민가 구조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스케치, 평면도는 하나의 기록이자 역사물입니다. 심지어 경성기생 김산월의 방을 스케치하여 기록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정미소를 유형학적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정미소의 슬레이트 지붕, 형태, 간판 모양 등을 유사성으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정미소만을 조망하는 일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로 변모하면서 생활상이나 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간의 상실은 농경문화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전시 작품 중 펜화로 정미소를 그린 금정수 작가는 그동안 동화, 교재, 잡지 등에 오랫동안 삽화를 그려왔다. 또한 15년 넘게 수원의 일상을 펜화로 그리면서 사라져가는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정미소 이야기 전시 중 3점의 펜화를 선보였다. 최근 서 작가는 금정수 작가와 함께 매주 일요일마다 수원 화성을 그리는 ‘도장깨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올해 가을쯤 펜화 전시를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라져가는 소농의 기억을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기록해 낸 ‘정미소 이야기’는 지역색을 잘 드러내면서도 예술적이다. 바로 앞선 세대의 추억이 사진과 그림에 담겨져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또한 미술관의 문턱이 낮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도서관에서의 전시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미술이 난해하다고 생각하거나 가진 자들만의 취미라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아요. 일본 같은 경우 동네마다 작은 갤러리가 있고, 아트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취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민들이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호매실 도서관이에서 마련한 ‘정미소이야기’라는 전시는 세대를 초월한 추억의 정서가 있습니다.”

서 작가는 앞으로도 일상의 예술, 일상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수원에서 나고 자라 지역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예술을 하고 싶은 소망도 덧붙인다. ‘예술이 밥 먹여 주나요?’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동수 작가에게는 예술이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각디자인 작업물 및 그림으로 다양한 곳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면 좋겠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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