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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 꼭 필요한 만큼의 불편한 여행『아이와 놀며 살며 배우며 사이판 한달 살기』 책을 내기까지
김소라 기자 | 승인 2018.04.12 08:53

가이드의 깃발따라 관광지에서 쇼핑센터로 정신없이 행군하는 여행이 여행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른 여행을 상상할 여유가 있을까. 휴식을 가장한 전투적인 여행이 아닌 성장과 가치를 찾는 여행이 분명 있다.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의 아닌 다른 여행이 가능할까?

여행을 왜 떠나고 싶을까 들여다보면 광고와 이미지의 욕망을 따를 때가 많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그 속에 들어가 살아야 행복할 것 같은 마음,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그 차를 소유해야 성공한 삶일 것 같은 욕망이 생긴다. 지금 하고 싶은 것 참고 공부하여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또다시 대기업에 취업하기만 하면 꿈꾸는 인생이 펼쳐질 거라고 한다. 인생은 끝나지 않는 가상의 수레바퀴인 걸까.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 이 땅을 떠나 보면 뭔가 순수한 나를 찾을 것 같아서 말이다.

지난 해 사이판으로 한 달 살기 여행을 다녀왔다. 다들 제주도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코딱지만한 섬이라서 무얼 볼 게 있냐면서 3박 4일이면 충분한 곳이라 한다. 속도와 효율성의 여행 관점에서 보면 1달 동안 유럽 여행을 떠나도 좋고, 미국 횡단을 해도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한 달간 작은 시골마을 같은 조용한 사이판에서 지냈다. 특별한 건축물이나 예술품, 멋진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관광지라고 할 만한 명소를 보고 해설을 들을 만한 곳도 없다. 신혼여행지 혹은 휴양지로 생각하는 사이판은 알 수 없는 끌림처럼 마음속의 고향으로 다가왔다.

여행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분명 다르게 흐르는 듯하다. 한 달은 꽤 긴 시간이었다. 생애 주기의 의무감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시간과 삶을 느끼게 한다. 나만의 시간을 창조할 수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생만 되어도 짜여진 스케줄과 해야 할 의무적인 교육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아이들. 하지만 한 달 동안 무엇을 해도 혹은 하지 않아도 좋을 자유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면서 일주일간 무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점점 자신만의 시간을 향유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법을 알게 된다.

사실상 한 달 살기는 세계 곳곳 어디서나 혹은 우리나라 어디라도 가능하다. 물론 고층빌딩의 숲, 매연이 가득한 빡빡한 대도시는 아니다. 사람들로 북적이거나 정신없는 곳도 한 달 살기에 부적합하다. 그래서 다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위해 떠나는가 보다. 사이판 한 달 살기를 생각하기 전 제주 한 달 살기를 계획했다. 한 달 간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살아보리라! 하지만 호텔이나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박업소에서 잠시 머무르는 한 달 간의 시간은 진정한 여행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겨울의 제주도는 생각보다 척박하다. 시선을 돌리니 가까운 사이판이 떠올랐다. 2달 가까이 긴 겨울방학 아이들도 지내기 좋은 자연환경, 멀지 않은 비행거리, 물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고, 초보 운전자도 운전하기 편한 곳이다. 거기다가 사이판 사립학교는 비자 없이 3개월간 아이들 학교를 보낼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유치원생부터 중학생 정도 자녀를 둔 엄마들이 어학연수 및 학교체험으로 선택하는 곳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교통사고나 범죄율이 거의 없어서 안전한 곳, 치안에서 안심할 수 있는 곳이다.

사이판 한 달 살기. 갑자기 마음은 설레고 머릿속은 분주해졌다. 덜컥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살 수 있는 집을 구했다. 다행히 지인을 통하여 한 달 간 머물 수 있는 집을 저렴하게 찾을 수 있었다. 필자, 학교교사인 여동생, 아들과 조카 둘, 거기다가 친구의 딸인 초등학생 여자애 둘까지 더해져 총 7명의 멤버가 같이 떠나게 되었다. 사이판 한 달 살기를 생각하면서 경비를 뽑아보니 두 집 정도 함께 가서 차와 게스트하우스를 렌트하면 비용이 매우 절감된다. 관광이 아닌 생활을 해야 하는 한 달이기 때문에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

낯선 곳에 뚝 떨어져 그 인연과 취향의 끈을 믿고 방을 얻어 살아보는 것, 이루지 못할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산다. 하지만 한 달이면 시도해볼 만한 시간이다. 일 년 중 한 달의 시간을 떼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인생에서 한 달이면 가치 있는 일을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 달 살기를 통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을 얻었고, 여행에세이 한 권도 집필할 수 있었다. 바로 『아이와 놀며 살며 배우며 사이판 한 달 살기』 (김소라 지음, 씽크스마트, 2018) 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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