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삼청공원 김경린 시인 시비에서 김경린 시인 시비 보존회와 탈후반기 시동인의 주관으로 김경린 시인 추모식이 15일 열렸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김경린 시인을 추모하고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으로 현대시에 큰 영향을 미친 시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문학계 각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김경린 시인은 1918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출생하여 2006년 89세로 작고했으며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 등 많은 시집이 있으며 한국예술 평론가협회 문학부문 최고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박일중 탈후반기 시동인 회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김경린 시인의 ‘국제열차는 타자기처럼’을 김영자 시인이, ‘서울은 야생마처럼’은 장충열씨가 낭송했으며, 김예자 시인이 약력을, 그리고 민용태 교수가 김경린의 시세계를 조명하는 순으로 행사를 이끌어갔다.

김경린의 대표작 車窓의 전문이다.

나는 / 수족관에서 온/ 한 마리의 어족 // 미끄러지는/ 바깥 세계가 뿜는 향수로/ 안경은 차웁다

민 교수는 “차창은 이미지즘의 영향을 받은 수작이며 참신성과 상징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비 오는 날 차 속에서 느낀 자신의 모습은 수족관의 한 마리 물고기였다. 시대의 차바퀴 속에 끌려온 자유 자연인, 한 마리의 어족이 향수에 젖어 창밖을 내다보고 밖은 비 대신 미끄러지는 차가운 문명의 바깥 세계가 있다. 그 차바퀴들은 출세하고 싶은 부러움의 상징이며 물과 자연, 자유를 잃어버린 물고기에게 슬픔이며 먼 향수를 불러들이는 아픔이다. 그래서 창밖을 보는 시인의 눈은 차갑고 고독하고 춥다”며 “미끄러지는 스피드의 바깥 세계에 따라가지 못한 열등과 안경의 차가움과 자연을 잃고 도회 생활에 끌려온 한 어족의 지극한 고독감을 부추기는 작품”이라고 해설하며 김경린 시인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는데, 월간문학에 실린 글이기도 하다.

이계설 시비 보존회장은 한국문인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문학 기고에서 “평생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으로 일관해 온 김경린 시인은 언어의 기능 발굴, 표현의 다양성, 사고의 이미지 조형, 무의식의 개척 등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빛나는 업적을 쌓았음에도 오늘날 김경린 시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문단의 모더니즘에 대한 무지”라고 아쉬워했다. “김경린 시인은 단순한 실험시인이 아니라 현대시의 선구자며 그 진가가 다시 평가되고 재조명 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탄생 100주년 김경린 시인의 시세계 재조명을 위해 5월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프레스센터에서 탈후반기 시동인과 서울 문화투데이가 주최하고 대산문화재단과 유족대표가 후원하는 행사가 열린다.

한인숙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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