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이 의무화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은 이용자와 더불어 종사자들까지 인권교육을 매년 4시간 필수 교육으로 배정해야 한다. 인권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지만 실상 복지분야나 시민교육의 현장에서는 ‘의무’ 교육이 된 탓인지 큰 환영을 받지는 못한다. 인권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 실제 교육을 진행해보면 교육생들의 첫 반응은 대체로 어쩔 수 없이 나와 있다는 표정이다. 이는 수강생을 모집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인권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공개강좌를 연다면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과정을 열자마자 폐강의 길로 간다. 그래서 교육 담당자들의 선택은 행사의 한 부분으로 인권교육을 넣는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평가회나 발대식에 교육을 추가하는 경우다.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기에 이만한 기회가 없다. 이렇게 반강제의 인권교육이 이루어진다.

인권은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인권교육에 대해서는 왜 이리 냉소적일까? ‘인권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처음 교육을 듣는 사람들은 ‘배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것’, ‘착하게 사는 것’과 같은 반응이다. 교육을 한두 번 들어본 사람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인권은 상대방을 배려해서 착하게 살면 되는 것이고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기에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인권을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다시 잔소리 듣는 시간이 바로 인권교육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권이 중요하긴 하지만 ‘인권교육’을 환영하지 않는다.

인권교육이 오해받고 있는 이유는 그 내용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켜서 개념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전달하기 때문이다.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니 좋은 말은 다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착하게 살면 인권을 지키는 것이고 서로가 소통하면 인권적인 상태라고 생각한다. 인권 강의가 소통 강의로 오해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제자가 소크라테스에게 다가와 그리스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바로 스승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를 부인했다.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제자가 아니라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그리스에 있는 당대 유명한 석학들을 모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제자에게 와서 확신에 찬 얼굴로 이야기했다. “내가 그들을 다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내가 가장 똑똑하다는 것을 알았다.” 제자가 그 까닭을 물으니 소크라테스는 “그들은 자신들이 모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더라. 나는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모르는 것도 알고 아는 것도 알고 있으니 내가 가장 똑똑한 것 같다.”

소크라테스의 말대로라면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자신이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알라’는 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너의 분수를 알라’는 뜻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불릴 정도의 사람이 ‘분수를 알라’는 수준의 이야기를 할리는 만무하다. 우리는 인권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인권은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철학적이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룬다.

인권을 설명하는 글 중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풀어보자. 앞서 나오는 사람은 생물학적인 사람이다. 존재 자체가 사람의 형태라는 것이다. 뒤이어 나오는 ‘사람답게’의 ‘사람’은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스스로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기본의 생계를 걱정 없이 이어갈 수 있는 상태, 홀로 있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환경 등이다. 이를 하나의 단어로 정리한다면 ‘존엄’이다. 사람은 존엄한 상태여야 인권적이다. 다시 말해 인권은 인간이 존엄한 상태다.

존엄은 착하게 사는 것이나 의사소통 혹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개인적 감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존엄은 주권을 가진 국민이 만들어낸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대한민국 헌법 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나와 있다.

인권은 인간이 존엄한 상태다. 존엄한 상태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이건일(태평2동복지회관 관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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