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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노래
한인숙 | 승인 2018.04.30 18:31

오늘이 지나면 오월의 시작이다. 장미의 계절이 오는 것이다. 봄을 전송하던 꽃들은 벌써 열매를 향해 치닫는다. 민들레는 둥근 포자를 날리고 벚꽃도 애기젖꼭지만한 열매를 달았다. 새 잎이 돋기 시작한 은행나무엔 지난 계절의 열매들 몇 묵정의 시간을 소멸하고 있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하지만 꽃과 나무가 그리고 일상을 벗어나자는 내 안의 속삭임에 이끌려 어디론가 나서게 된다. 얼마 전 시원동인들과 문학기행을 나섰다. 봄의 첩자가 된 듯 조금은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수 있는 도반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즐겁다.

시시한 이야기도 배꼽을 잡게 하고 썰렁한 농담도 환하게 웃어주며 장단 맞춰주는 인생의 동무들이다. 차량 두 대로 움직였고 문막 휴게소에 들러 잠깐 쉬고 출발하면서 1호차가 주유를 하겠다고 했고 내가 탑승한 2호차는 목적지인 월정사를 향해 달렸다.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잠시 후 연락이 왔다. 주유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디젤 차량에 가솔린을 주유한 것이다. 셀프 주유를 하면서 동승자가 주유를 했는데 디젤 차량에 가솔린을 주유한 것이다. 승용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솔린일거라 생각했고 주유가 끝나고서야 잘못됨을 알았다는 것이다.

다들 말문이 막혔다. 장난치는 줄 알았다. 평소에 호탕한 성격이고 농담도 잘해서 장난일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일단 차량을 밀어 안전지대로 옮겼고 긴급출동 서비스를 요청했으니 2호차는 당초의 계획대로 움직이라고 했다. 난감한 일이다. 여행을 못해서가 아니라 차에 생긴 문제를 수습하는 게 우선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일단 다음 톨게이트로 나왔고 가까이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며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견인차로 가까운 정비공장으로 들어갔고 엔진에 문제가 생겼는지는 기다려 봐야한다고 했다. 우리는 마음을 졸였고 다행히 엔진까지는 가솔린이 유입되지 않아 잘 수습이 되었고 두어 시간이 지난 다음 합류해 주변에 있는 허브농원을 관람하며 일정을 맞췄다. 차주는 차주대로 동승자는 동승자대로 불편했겠지만 내색 없이 웃음으로 화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수리비용은 십시일반으로 보탰다.

세상살이는 허브 향처럼 은근하기도 하고 풀냄새처럼 쌉싸름하기도 하다. 봄꽃처럼 화사하기도 하지만 겨울나무처럼 황량하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계절들을 겪어내면서 더러는 꽃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열매가 되기도 한다. 짧아진 태양 한 줌이라도 더 받기위해 뿔질하기도 하고 날을 세우며 시샘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배려하는 법과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을 배운다. 열매를 위해 꽃이 자리를 내어주는 것처럼 조금은 발전되고 나아진 내일을 위해 기꺼이 오늘을 희생하기도 하고 그 희생을 감내하며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봄을 느낄 겨를도 없이 초여름의 문턱이다. 묵정의 가지사이로 새움이 자라고 하천에는 산란을 위한 잉어 떼들이 수초를 향해 거슬러 오른다. 푸닥거리며 올라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이 얕아 물속에 뛰어들면 잡힐 것 같은 풍경이다.

도랑물이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 우리네 삶도 흐르다보면 돌부리에 부딪혀 고초를 겪기도 하고 길이 막혀 돌아가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바다를 향해 힘찬 전진을 한다. 봄은 그런 계절이다. 생명의 근원이며 활력이고 원동력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 어깨를 활짝 펴고 봄의 찬가를 불러보자.

한인숙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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