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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그럴듯한 취미가 없습니다만
이소영 기자 | 승인 2018.05.02 06:55

꽃무늬가 여기저기 박힌 치마를 만들었다. 소요 시간은 두 시간. 문화센터에서 열린 강좌 덕분이었다. 참고로 나는 간단한 손바느질도 힘들어한다. 그래서일까. 손으로 뚝딱 만든 제품은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고민하지 않고 사는 편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 만든 사람의 땀과 시간이 깃든 건 엄연히 다른 법이니까.

내게 옷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건 신랑 동기 와이프였다. 시간이 좀 있다 싶으면 코바늘로 수세미를 뜬다는 그녀는 아이를 낳고 미싱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은 드레스를 만들 정도로 수준급이 됐다. 나는 그 집에 놀러갈 때마다 티코스터도 받아 오고 수세미도 얻어 왔다. 그녀는 내가 매번 놀라워하니, 원단을 사서 무언가를 제작해보자 했다. 문화센터 강좌를 들은 연유 역시 함께 옷을 만들기 전에 ‘미싱 맛보기’ 체험을 한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좋아서 시작 했다가 그게 직업이 된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니까 단순 ‘취미’가 ‘돈’까지 덤으로 가져다주는 경우를 말이다.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았다. 자신의 아이에게 옷을 하나 둘 만들어주다 백화점에 입점한 인기 브랜드 CEO가 된 엄마, 취미로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다 국가대표 선수가 된 엄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서 살을 빼곤 트레이너가 된 엄마 등등.

취미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아마도 학창시절부터 그러지 않았다 싶다. 자기소개란에 써야하는 ‘취미’라는 항목은 꽤나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지금이야 깊이 읽기, 제대로 읽기 등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주목 받고 있지만, 당시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그려지는 이미지가 이랬다. 조용하거나 혹은 평범한 아이. 그렇지만 ‘독서하기’ 외 다른 걸 기재 할 대안은 없었다. 기껏해야 피아노 치기 정도.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데스크에서 내게 기획기사를 연재해보자 했을 때, ‘원데이클래스’를 제안한 것도 취미에 대한 결핍 때문이었으리라 고백한다. 이 연재기사 덕분에 나는 세상에 있는 온갖 취미란 취미는 다 섭렵해 본 듯하다. 승마, 패러글라이딩, 비누, 양초, 향수, 도자기 만들기, 빵 만들기, 윈드서핑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생 취미’는 찾지 못했다. 보기 그럴듯한 취미가 여전히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는 요즘에서야 취미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하는 것, 가방끈 따위는 의식하지 않는 것. 그게 본래 취미가 지닌 의미가 아닐까 곱씹어 본 것이다.

지난달 신촌에는 ‘딴짓박람회’라는 축제가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최게바라 기획사는 ‘딴짓’이야 말로 나를 위해 하는 취미, 나를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각종 원데이클래스는 물론 동화구연, 판소리 배우기, 살사, 힙합 수업, 지우개 따먹기, 책상 낙서 등이 마련됐다.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딴짓은 나쁜 것’이라고 사회가 주는 명령에서 벗어난 듯해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나는 ‘딴짓하지 않는 취미’, ‘허우대 좋아 보이는 취미’를 찾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취미 강박증을 버리고, 느긋하게 호젓하게 하루하루 주어지는 대로 ‘취미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아, 며칠전 아이와 KTX를 타고 강릉을 다녀왔다. 해변서 모래 놀이를 하고 오니 아이는 틈만 나면 ‘바다’, ‘바다’ 노래를 부른다. 급 떠난 여행도 취미라면 취미가 아닐까. 취미만큼은 힘을 빼고 살아가야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 있다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취미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도전해보길 권하고 싶다. 맥주나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다면 동네 인터넷 카페에 올려 사람을 모아 함께 만들고(1/n을 하면 가격 부담이 덜 할 것이다), 하다못해 경기도 무료 온라인 평생학습 홈페이지 ‘GSEEK’에서 이런 저런 강좌를 들어보자. 텃밭 가꾸기, 낚시 하는 법 등 온갖 취미가 숨어 있으니 말이다.

이소영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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