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언뜻 보면 커다란 새가 날아가는 모습이다. 별도의 동력장치 없이 바람에 몸을 실어 활공하는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은 자연의 힘을 이용해 가장 큰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닐까. 여성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백진희(40) 씨는 ‘비행의 맛’은 직접 빠져봐야 안다고 강조한다. 입문 18년 차 답다.

백진희 씨는 4년 연속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리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국내 패러글라이딩 장거리 부문에서 여성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용인 정광산에서 전북 진안까지 직선거리 155㎞를 5시간 43분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낙하산과 행글라이더의 특성을 결합한 패러글라이더는 캐노피(canopy)로 불리는 날개와 많은 줄들을 날개에 균형적으로 연결하는 산줄과 라이저, 그리고 조종석이라 할 수 있는 하네스(harness)로 이뤄져 있다. 패러글라이딩 크로스컨트리(장거리 비행) 종목은 이륙한 후 지정된 목표지점을 돈 뒤, 착륙 지점에 빨리 도착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패러글라이딩은 무동력으로 하늘을 난다는 점이 매력 있어요. 일단 이륙을 하면 다른 생각이 안들어요. 오직 비행하는 시간에만 충실할 수 있죠. 물론 저도 사람이기에 두려움이 생길 때가 있어요. 바람이 많이 불고 써멀(상승기류)이 쎌 때는 무섭지요. 종종 시합 때 그런 날이 있지만 주어진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려움이 생길 때면 하늘에서 물을 마신다던지 사탕을 먹고 가끔은 노래도 부르죠.(웃음).”

백진희 씨가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학창 시절 육상 단거리 종목 선수였던 백 씨는 부상으로 체육고 진학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방황으로 여행을 자주하던 그는 우연히 태국 여행을 갔다가 보트를 이용해 패러세일링을 한 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패러세일링을 하면서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귀국을 해서 알아보니 국내에는 패러세일링이 다소 생소한 종목이었기 때문에 패러글라이딩에 입문을 하게 됐어요. 적금을 깨서 장비를 구입했죠.”

백 씨는 첫 아이 출산 후 잠시 공백기를 거친 뒤 다시금 비행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돌잔치를 끝내고 패러글라이딩 전문 스쿨에서 합숙 교육을 다시 받을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그렇게 2년 여 만에 리그전 여성부 1위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엄마 선수’로 경력을 이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백 씨는 무엇보다도 양가 부모님과 남편이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백 씨의 아들 주환 군은 엄마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대단해 동네 방방곡곡 엄마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대부분의 여성 선수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출산과 육아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식구들의 반대도 만만찮고요. 저 역시 잦은 훈련과 시합으로 일 년에 반 이상은 집에 못 들어가요. 남편과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저를 많이 응원해줘요. 시합과 훈련 때마다 시댁 친정 식구들이 돌아가며 육아를 책임져 주시죠. 가끔 아들에게 ‘엄마가 집에 있으면 어떨까’라고 질문을 하면 싫다고 하더라고요. 되려 엄마도 꿈꾸며 살라고, 평범하게 살지 말라고 해요. 시합 중에도 종종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 멋진 아들이 있어 든든하죠.”

올해 패러글라이딩은 처음으로 아시안게임(8월 20일~8월 29일)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되었다. 백 씨는 패러글라이딩이 훗날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매달 2개 이상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 중이에요. 이번 게임에 여성선수가 3명이 출전하는데 제가 나이가 제일 많네요.(웃음)”

마지막으로 백 씨는 패러글라이딩을 취미로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비행하기 좋은 지역과 계절을 추천했다. “서울 경기 쪽은 덕소 예봉산과 양평 유명산, 용인 정광산이 좋습니다. 사계절 비행은 가능하지만 봄과 가을엔 기상이 거친 편이고 여름과 겨울이 기상이 좋습니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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