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을 바라볼 때 가장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바로 현재의 시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지금의 인식이 과거와 같을 수 없고, 당연히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바라볼 향교와 서원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쉽게 마주할 수 있지만, 정작 이곳에 담긴 역사적 의미에 대해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다. 보통 향교는 관아와 함께 설치가 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평택은 ‘평택향교’와 ‘진위향교’ 두 곳이 자리하고 있어, 과거 평택은 지금의 형태가 아닌 팽성(과거 평택)과 진위, 안중 등의 세 지역이 합쳐져 오늘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진위향교의 대성전. 과거 진위현의 제사시설이자 교육 목적으로 활용된 진위향교를 통해 당시의 시대를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화성시청이 소재한 남양읍에 ‘남양향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과거 남양도호부가 있던 곳이다. 또한 지금의 화성의 동부 쪽에 해당하는 안녕리에는 과거 수원부의 읍치가 있었는데, 지금의 융릉과 건릉의 자리다. 본래 건릉의 능역에는 ‘수원향교’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후 수원부의 읍치가 지금의 수원 화성으로 옮겨지면서 수원향교 역시 팔달산 아래로 옮겨지게 된다. 만약 수원부의 읍치가 옮겨지는 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수원시와 화성시의 모습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은 향교를 통해 알 수가 있다.

■ 초기 향교가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면, 후기의 향교는 제향의 목적이 강했다.

화성시 남양읍에 자리한 ‘남양향교’는 과거 남양도호부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건축물이자 동시에 지방에서 행해진 제사시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와 관련해 1530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보면 남양도호부에 3단 1묘가 있는데, 여기서 3단은 ‘사직단’과 ‘성황단’, ‘여단’을 말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사직단의 경우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하며, 성황단은 마을의 수호신에게, 여단은 억울하게 죽은 백성을 넋을 기리는 제단으로, 1묘는 통상 향교를 지칭한다. 현재 남양도호부의 3단 1묘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바로 ‘남양향교’다.

전면에서 바라본 남양향교의 모습. 옛 남양도호부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남양향교가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서 남양향교가 등장하고 있어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남양향교의 형태는 강학공간인 명륜당과 제향공간인 대성전이 자리하고 있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를 보인다. 이 같은 특징은 향교의 의미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향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크게 제향과 강학(=교육)이 주요 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 같은 목적에 맞는 건축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대성전과 명륜당이 바로 이러한 사례다. 즉 향교의 목적에 맞는 건물을 통해 향교의 본질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생각해볼 점은 이 같은 향교의 기능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일관되게 이어져왔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초기 향교의 경우 제향과 강학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룬 반면, 후기로 접어들수록 제향을 중심으로 재편이 된다. 향교에서 강학이 점차 사라지게 된 배경은 조선 중기에 세워진 서원이 결정타였다. 흔히 공립학교 성격의 향교에 비해 사립학교의 성격을 가진 서원의 폭발적인 증가로 향교의 교육적인 기능은 후퇴를 하게 된다. 이러한 예는 지금도 공립학교보다는 사립학교를 선호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과거의 사례만이 아닌 현재의 우리 모습과도 일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화성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안곡서원

서원의 경우 향교의 그 기능과 목적이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향교가 공자를 비롯한 중국의 유학자와 국내의 유학자의 위패를 함께 봉안한데 비해, 서원은 국내의 유학자 중 학문과 덕이 큰 인물을 기리고 제향을 올리는 차이를 보인다. 오늘 소개할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에 자리한 ‘안곡서원’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이곳의 안내문을 통해 안곡서원은 상주 출신의 박세희(1491~?)의 학문과 덕을 기리기 위해 만든 서원으로, 이후 박세희의 큰 형인 박세훈과 홍섬의 위패를 추가로 배향하면서 지금은 박세희와 박세훈, 홍섬 등 3명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안곡서원의 외형. 위에서부터 사당과 강당이 있는 ‘전학후묘’의 형태 보여주고 있다.

안곡서원의 외형은 남양향교에서 볼 수 있는 ‘전학후묘(前學後廟)’와 매우 유사한데, 외삼문을 들어서면 교육 목적의 강당과 이어 내삼문과 함께 제사가 이루어지는 사당이 자리한 모습으로, 이러한 형태는 조선 후기 서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안곡서원은 1976년에 새롭게 세운 건물로 그전의 건물은 흥선대원군 시절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이 된 이유로 동재와 서재, 전사청 등의 부속 건물은 찾기가 어렵다.

강학이 이루어진 안곡서원의 강당

박세희가 살았던 때는 당시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과 그의 시대를 대표하는 조광조의 개혁과 실패가 상징이 되던 시대다.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로 손꼽히는 조광조와 박세희의 친분은 ‘기묘사화’가 벌어지자 그 일파로 몰리게 된다. 결국 박세희는 상주와 강계 등지로 유배를 가게 되고, 결국 유배지인 강계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후 신원이 회복되어 시호를 문강이라 했으며, 이조판서에 추증이 되었다. 또한 그의 위패를 모신 안곡서원은 경종 때 이르러 사액서원으로 지정이 되었으며, 영조 때 한 차례 취소가 되었다가 다시 지정이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박세희와 박세훈, 홍섬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

이외에도 송시열의 위패를 모신 ‘매곡서원’이 있었다고 했지만, 지금은 훼철된 자리만 남아 있어, 현재 화성에서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서원이 바로 안곡서원이다. 현재 화성시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인근의 ‘남양향교’와 함께 화성의 향교와 서원을 대표하고 있다. 이처럼 향교와 서원을 통해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공간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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