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자비에 올리비에는 프랑스에서 어학 공부할 때 어학원의 반 담임선생님이었죠. 공부를 많이 시켰지만 잘 가르쳐서 인기도 많았어요. 자비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부모님께 “나 결혼할거야”라고 했더니 엄마가 4일 만에 프랑스에 오셨어요. 잠시 반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 좋아하세요. 한국에 들어와서 결혼식을 했고, 남편 자비에도 한국에 오기 위해 프랑스 제과제빵을 다시 공부하고 국가 자격증을 땄어요. 결국 한국에서 가게를 창업했어요.”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에 문을 연 ‘물랑 드 파리’의 주인 문미수 씨는 원래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공부했으나 자신과 맞지 않아 다시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배웠다. 그리고 서른이 되어 제과제빵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 프랑스에 가서 국립제과제빵학교를 다녔다. 프랑스에서 제과제빵 국가 자격증까지 따고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 결혼하고서도 프랑스에서 계속 일을 했는데 보통 새벽 4시, 어느 때는 새벽 1시부터 일을 했다. 고되지만 빵 만드는 재미가 컸다. 유학생들의 경우 6개월 정도 실습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문미수 씨의 경우 결혼비자 때문에 꽤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제대로 된 프랑스 빵을 만들어서 팔고 싶어서 가게를 내게 되었다.

‘물랑드파리’의 빵 맛은 버터가 좌우한다. 바로 AOP 인증 받은 버터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AOP란 프랑스에서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원산지 보호규정이다. 노르망디 지역의 방목으로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젖으로 만든 버터로 유지방이 80%가 넘는 천연버터가 이즈니 AOP다. 고가의 천연버터를 사용하는 동네 빵집은 아마도 ‘물랑드파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일부러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빵을 굽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프랑스 제과제빵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만들고 있어요. 크로와상이라는 빵은 버터 맛에 의해 90%이상 좌우돼요. 버터의 맛이나 향이 빵에 고스란히 스며들어요. 프랑스 밀가루의 경우 방부처리 되지 않은 밀가루를 씁니다.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과 마스코바도라는 유기농 설탕을 쓰기 때문에 건강한 맛을 냅니다. 물랑 드 파리의 빵을 드시는 분들이 프랑스 문화와 맛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직한 마음으로 빵을 만들면 마음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말을 하면서 느리지만 천천히 자신만의 빵을 굽겠다고 한다. 지난 2월~3월은 정말 비수기의 고비를 넘기느라 힘들었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4월에는 경기상상캠퍼스의 포레포레 장터에 나가 홍보를 하면서 지역에 프랑스 사람이 만드는 프랑스 빵집이라고 알리는 일도 했다. 광고와 마케팅 등을 잘 하지 못해 금방 유명해지지는 않지만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다. 남편 자비에 에게도 역시 결혼 후 한국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빵집을 열어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오래 전부터 외국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긴 했어요. 하지만 한국은 상상도 못했던 나라였어요. 새로운 경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 정말 즐거워요. 이 동네에서 가장 좋은 곳은 칠보산이에요.”

자비에 올리비에와 문미수 부부는 크고 멋지고 놀라운 일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서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을 만들어가는 둘의 스토리를 매일 엮어나간다. 둘은 사업 파트너이자, 일할 때의 동료이자, 연인이면서 친구 같은 관계로 24시간 함께 보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물랑 드 파리’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지역에서 독특한, 프랑스 문화를 알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단지 프랑스 빵만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진짜 프랑스 사람과 프랑스 말이 있고, 프랑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요! 1년 후 쯤에는 베이킹 클래스를 열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움을 나누고 싶어요.”

‘물랑 드 파리’는 ‘파리의 방앗간’ 이라는 뜻이다. 맛있고 향기로운 빵을 한없이 구워내는 곳이 되길 바란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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