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에는 문수산 아래 ‘통진’이라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통진은 지금의 김포시 월곶면 일대로, 과거 ‘통진현(通津縣)’이 있던 곳을 말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통진현은 고구려 때 ‘평회(平淮)’ 또는 ‘압현(押縣)’으로 불렸는데, 신라 경덕왕 때 ‘장제군’의 속현인 ‘분진’으로 불렸고, 고려 때 통진으로 고친 것이 시초가 되어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옛 통진현의 동헌이 자리한 구) 월곶면사무소의 모습

통진현의 위치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수로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고속도로가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육로보다는 오히려 강이나 바다 등을 이용한 수로가 발달했다. 이에 따라 수로에는 세금으로 낸 쌀이나 공물 등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원주시 부론면에 위치한 ‘흥원창’이나 화성시 팔탈면의 ‘해창’ 등의 지명을 통해 알 수 있다. 과거 통진현에는 조강이 흘렀는데, 지금은 사라져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조강 언덕에 역참인 ‘조강원(祖江院)’이 설치되었다고 밝혔으며, 과거 한양으로 운반하는 세곡이나 공물 등을 실은 배가 지나갔던 현장이기에 상업 활동이 활발했다.

강화도에서 바라본 문수산과 문수산성의 모습

또한 당시 조강 포구와 이곳에서 행해진 민속 농악놀이인 ‘조강치군패 놀이’는 이곳에서 어업활동이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흔적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당시 통진현의 토산으로 숭어와 낙지, 진어, 밴댕이 등의 다양한 어류가 잡힌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기존에 남양만과 서해의 방어 기능을 담당했던 ‘화량진성’의 수군 진영이 효종 때 강화도로 옮겨졌다. 따라서 방어적인 측면에서 통진현 역시 눈여겨 볼 만 한데, 이를 상징적으로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문수산 아래 자리한 ‘문수산성’이다.

■ 관아 건물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통진이청과 지방의 제사시설인 통진향교

옛 통진현의 관아가 있었던 곳은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로, 지금의 구) 월곶면사무소다. 이곳에는 통진현의 현감이 업무를 보던 동헌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아의 복원을 위해 월곶면사무소가 이전을 한 상태다. 또한 주차장 한편에는 과거 통진현의 현감과 부사들의 선정비가 세워져 있어 옛 통진현의 관아가 있던 곳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겨진 대부분의 관아가 그러하듯 통진현의 관아 역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원형이 많이 훼손 되었는데, 대개 관아의 자리에는 면사무소나 학교 등이 세워졌다.

통진현 관아 건물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통진이청의 모습

이러한 훼손이 진행된 가운데 통진현의 관아 건물 중 유일하게 남은 건 ‘통진이청(경기도문화재자료 제166호)’으로, 한동안 방치되어 있던 ‘통진이청(通津吏廳)’이 복원되어 그나마 유일하게 남은 관아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만하다. 안내문을 통해 통진이청은 이방들이 업무를 보던 ‘이방청’으로 쓰인 건물로 3.1 운동 당시 일제의 주재소로 쓰이며, 독립운동을 했던 조선인들을 고문했던 장소로 쓰였다.

통진이청의 안내문에 있는 <통진지도> 중 통진부의 부분. 관아와 향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통진이청을 출발해 민가들이 밀집한 구불구불한 옛길을 지나면 이내 ‘통진향교(경기도 문화재자료 제30호)’를 만날 수 있다. 향교는 지방의 교육과 제사시설의 측면에서 설치가 되어 대개 관아와 향교는 한 세트로 구성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보면 통진향교가 현의 북쪽 1리 지점에 있다고 했으며, 안내문을 통해 통진향교가 고려 인종 때 세워져 이후 조선시대를 거치며 개보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통진향교의 대성전과 좌우에 배치된 동무와 서무

또한 향교에 있는 보호수의 수령이 400년이 넘는 것을 미루어 향교의 현재 모습은 조선 초기 때 만들어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현재 통진향교의 외형인 입구 쪽에 홍살문과 하마비가 세워져 있으며, 출입문 격인 ‘풍화루’를 들어서면 전면에 교육이 이루어진 ‘명륜당’과 좌우로 기숙 공간인 ‘동재’가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 ‘서재’는 복원이 되지 못했다. 명륜당을 지나면 계단과 함께 내삼문이 나오고, 문을 들어서면 가운데 3칸 크기의 ‘대성전’과 함께 좌우로 ‘동무’와 ‘서무’가 배치되어 있다.

구) 월곶면사무소 한편에 세워진 통진현감과 부사들의 선정비

지금도 여전히 ‘통진’은 지명으로 남아 그 흔적을 남기고 있으며, 옛 관아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통진이청과 지방의 제사시설이자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 통진향교를 통해 옛 통진현의 추억을 반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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