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유일한 일탈이 연극이에요. 학창시절부터 연극을 했고 수원국제연극제가 시작되었을 때 1회부터 했어요. 희곡 낭독도 몇 년간 했었고, 3년 전부터는 극단 청춘극장에서 ‘약수터 연가’ ‘할배들의 동화’에서 여러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번 수원연극축제 ‘아! 나혜석’에서 나혜석을 연기했습니다. 우형태 작가(연출가)는 나혜석이라는 인물에 푹 빠져 오마주를 올렸답니다. 나혜석이 절규하며 외치는 소리, 고통스러운 아픔이 전해져 연습하면서도 힘들었죠.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이경애 씨를 만났다. 수원연극축제에서 보았던 ‘아! 나혜석’에 몰입하여 관람한 후 연기자를 수소문하여 찾게 되었다. 두 달 간 오태영 트루거와 우형태 연출가, 전문 연기자들과 연습을 하면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한다. 역사적인 인물인 나혜석을 섣불리 다루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작은 부분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

“오태영 트루거는 원래 극작가로 유명하고, 정말 뛰어난 분이세요. 저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부분 나혜석이 행려병자로 죽어가는 모습을 연기하였습니다. 오태영 작가는 ‘나혜석과 똑같은 모자를 써라’ ‘지팡이를 들어라’와 같은 작은 부분도 짚어내셨어요. 트루거 역할을 하면서 숲 속에서 썩은 나무를 발견해내는 분이라고나 할까요? 함께 한 연기자들 역시 다들 직장 다니면서 생업을 갖고 있는 분들이지만 전원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연극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아! 나혜석’은 창작극이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근간으로 한 작품이다. 극을 쓰고, 연기자들의 연기, 무대 장치, 의상, 춤과 노래와 음악, 조명 등이 어우러져 완벽한 예술을 창조해낸다.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서로 배려하고 끈끈한 소통이 필요하다. 연기자 8명, 우태영 연출가, 오태영 트루거 등 총 10명이 만들어 낸 창작품이었다. 앞으로 나혜석 문화예술제나 수원의 각종 문화행사 때에도 극을 올릴 만큼 수준 높은 작품이다.

“연극은 배고픈 예술인들의 직업이죠. 내 돈 쓰고 시간을 쓰지만 마약처럼 빠져들어요. 정말 행복한 일이 바로 연극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이경애 씨는 사실 ‘스마일 디자이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웃음건강댄스를 가르친다. 살림만 하는 주부로 평생 살다가 55세부터 강사활동을 시작했다. 어릴 때 집 옆에 무료양로원인 감천장이 있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100세 시대에 맞추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웃음치료 강의를 하면서 펀 댄스를 개발했다. 수원 영통1, 2동, 광교, 태장동 등 주민자치센터 시니어 대상으로 웃음건강댄스로 사람들과 신나게 만난다. 말로만 떠드는 강의가 아닌 함께 몸을 움직이고 건강해지는 수업이다. 예를 들어 ‘검정고무신’ 이라는 노래에 맞추어 스토리가 있는 강의, 춤과 웃음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웃음으로 따뜻한 나눔을 하는 봉사단체‘(웃따나)를 만들어 웃음댄스로 재능 기부한다.

“봉사단체 대부분 주부들이시죠. 웃음댄스 배워서 우울증을 치유하고 봉사까지 하게 되었어요. 나 혼자서만 잘 살 수 없고 함께 잘 사는 세상 되어야죠. 봉사를 하면서 기쁨이 많아지고, 희망이 생기고, 성장하게 됩니다. 봉사할 곳이 생기면 서로 가려고 난리에요!”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이경애 씨는 최근 연극 공연 후 친구에게 받은 편지에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경애야 열정적으로 사는 너는 나혜석과 닮았구나...” 라고 써 준 것이다.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작은 일이지만 당장 실천하는 일, 지금을 선택하는 삶이 행복이라 한다. 오늘도 웃음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경애 씨는 “인생에 나중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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