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 빨강, 파랑 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저마다의 춤을 추며 후보자 이름 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나로서는 꽤나 곤혹스럽다. 내 경우 장을 보든 도서관을 가든 회전교차로를 지나야 하는데, 이 교차로가 선거운동의 핫 플레이스가 되어 골치가 아프다. 가운데 서서 선거운동을 하는 인파 때문에 교통 체증이 말도 못하다. 선거운동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되려 '표심'을 잡는 것마저 어렵지 않을까 의문이 든다.

운전을 할 때마다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선거 좀 빨리 끝났으면…’ 선거가 끝나기를 바라는 이는 나뿐만이 아니다. 아래층에 사는 지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집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몇 달째 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모양이다. 계단에서 마주칠 때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가 인사가 됐다.

점심시간에 선관위 지인과 밥을 먹었다. 선거철에는 그저 ‘쉬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오만했단다. 지인은 해야 할 일도 많고 공부할 것도 적잖다고 했다. 후보자 홍보물도 저마다 정해진 사이즈와 그램 수가 측정되어 있고, 예비후보자 홍보물에도 적시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했다. 나 역시 몰랐던 부분이었다. 투표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높았다. 지인은 앞으로 선거를 꼭 하리라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내친김에 현장에서 일하면서 이것만은 개선됐으면 하는 걸 물었다. 직원들끼리 이런 구상을 해봤단다. 사전투표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으니, 차라리 전국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사전투표일 기간을 기존 2일에서 5일로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투표날이 없어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개표 일을 넉넉하게 잡으면 번거로움(밤샘근무와 읍·면에서 오는 경우 한 시간 넘게 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법을 손봐야 하고 번거로운 작업이 있어야겠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고 싶진 않다. 효율적인 선거를 우선시한다면.

사실 난 선관위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니기에 이들의 수고로움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운동을 바라보는데 있어 축제처럼 와닿지 않았던 연유를 살펴보건대, 개인적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정치 허무주의, 정지 혐오주의로 이어지면서 투표가 갖는 중요성을 잊고 살았다. 흑색선전이나 허위 사실, 유언비어 등의 후보자들의 정보에도 피로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선거를 외면하고 있으니 사회적 어젠다를 외면하는 일종의 죄책감이 들었다. 이런 증상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선거운동의 방법이 더 다양해졌으면 한다. 예전에 취재를 하면서 본 원탁토론회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100명이 10개의 원탁에 10명씩 참여해 토론을 펼친다 하면, 그룹별로 토론 중재 역할을 맡을 퍼실리테이터가 1명씩 배치가 된다. 후보자별로 원탁에 한 명씩 앉고, 그 후보자에게 궁금한 점 등을 묻고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다면 나는 선거에 무관심하지 않을 듯하다. TV에서 하는 토론회로 간접적으로 후보자를 판단하는 게 싫은 모양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낸 선거공보 봉투를 이제야 뜯어 봤다. 후보자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정책과 공약이 담겨 있다. 공보물이 나오기까지 애썼을 사람들이 많겠지 싶다. 저마다의 이유로 나처럼 선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이들이 있을 거라고 본다. 올해는 ‘무관심의 적’과 맞서기 위해 나부터 애써보련다. 이런 말을 하니, 선관위 지인이 한 마디 거둔다. “개표 참관인 해보는 건 어때?”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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