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자유한국당은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대구·경북을 제외한 15곳에서 패배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보수의 텃밭 강남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게 밀렸다. 서울 25개 구 중 24곳을 내줬고, 경기도에서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9곳, 도의원 정원 129명 중 128석에 민주당 깃발이 꽂혔다. 지방권력으로 치자면 자유한국당은 대구 경북 지역당으로 전락했다. 이제 민주당은 행정권력, 입법권력, 사법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모두 장악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러한 보수의 참패는 그러나 어느 정도 예정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시대 변화에 대한 ‘통찰’이 부재했고, 맹목적인 ‘국정 발목잡기’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과거 자유한국당의 선거 전략은 크게 보아 세 가지였다. 첫째 안보위기 강조, 둘째 경제발전의 주역 강조, 셋째 지역주의 이용이 그것이다. 그런데 빠르게 변하는 현실로 인해 자유한국당의 과거 전략은 모두 시대착오적으로 변해버렸다.

우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경제번영, 북미간 국교 수립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적 국면에서 홍준표를 중심으로 한 자유한국당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조건 김정은에게 속은 ‘위장 평화쇼’라고 폄훼하며 민심과는 반대로 나아갔다.

다음으로 보수는 한국의 경제발전이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자신들의 지도력 때문이라고 홍보해왔는데, 재벌과 유착한 이러한 전략은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유연화로 인한 고용불안과 경제적 및 사회적 양극화를 불러왔다. 보수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어떠한 대안도 내지 못한 채 복지에 대한 반대만을 외치며 국민들로부터 고립되어 갔다.

마지막으로 지역감정은 선거를 거치며 갈수록 약화되어, 특히 젊은 세대는 이제 선거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 향상 및 삶의 질 개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돼 버렸다. 보수의 본산 대구에서 민주당은 역사상 처음으로 5명의 광역의원을 배출했고, 기초의원의 경우 출마한 46명 중 한명을 제외한 45명이 모두 당선됐다. 박정희의 고향 구미에서조차 민주당 출신 시장이 배출됐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 집권 10년 동안 이들의 무능과 비리, 독선과 반민주에 질려버린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고, 촛불항쟁을 거치며 의식은 놀랍도록 성장했다. 그런데도 홍준표를 중심으로 한 자유한국당은 반공 반북에 기반한 냉전적 인식과 시대착오적 태극기 부대만을 의식한 채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을 뿐이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이미 이들을 심판했던 국민이 도대체 반성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이들을 또 다시 내치리라는 것은 선거 전부터 익히 예상되던 바였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변화된 시대에 맞는 보수의 이념과 정책이 없고, 이를 정립하고 실천해 나갈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구시대 노인들로 가득 찬 자유한국당은 능력은 둘째 치고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다. 지방선거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책임지려는 모습이 없고, 여전히 친박 비박, 친홍 반홍 서로 헐뜯기 바쁘다. 자신의 안위만 걱정할 뿐 누구 하나 희생하며 책임 있게 개혁에 나설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한마디로 자정 능력을 상실한 정치세력이라 하겠다. 망해가는 집안의 모습 그대로다. 이런 식이라면 2년 후 총선에서는 더욱 무서운 국민의 심판이 예고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새로운 야당이 등장하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구도를 전망해 볼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소멸할 것인지, 절치부심 환골탈퇴해서 국민의 지지를 되찾아 올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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