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모임과 습관 같은 일이 있다. 100일 시필사 온라인 모임, 저탄수화물식단 공유 모임, 독서토론모임 등이다. 거의 매일 50페이지 이상의 책을 읽고, 하루 10분간 근력운동을 하고, 주3회 요가를 하고, 물은 2리터를 마신다. 바로 매일 습관처럼 자신을 관찰하여 기록한다. 100일, 30일 등의 숫자로 데드라인을 정한다. 숫자로 마감기한을 만들고, 채워야 할 수치를 목표화한다. 그렇다고 시험문제 풀듯이 고된 것은 아니다. 몸에 붙은 습관일 뿐이다. 하루아침의 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웅진지식하우스)를 쓴 아툴가완디는 의사로서의 성실함, 올바름, 새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분만 환자의 마취를 돕는 의사이지만 갓난아기의 신생아 점수라는 점수체계를 만들었다. 갓난아기의 상태를 0점에서 10점까지 채점하게 만든 체계다. 아프가 점수는 신생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문서화하는 방식이다. 전신이 분홍색이면 2점, 잘 울면 2점, 별 탈 없이 활기차게 숨쉬면 2점, 사지를 잘 움직이면 2점, 심장박동수가 100을 넘으면 2점이 주어지면서 10점 만점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4점 이하인 아기는 허약하고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신생아 점수는 현재 전세계에서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기록하는 체계가 되었다.

마취과 의사의 관심과 흥미는 생명을 구하는 일로 확장되었다. 아툴가완디는 “뭔가 흥미를 끄는 것이 있다면 그에 관한 수를 세어 보라”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모든 삶에 적용될 수 있다. 하루의 삶을 측정하고, 매일의 행동을 기록하는 것은 갑갑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를 얻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함이다.

100일 시필사 모임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시를 가까이 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하루에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매일 시 한 편을 노트에 손글씨로 적는다. 그리고 함께하는 멤버들과 온라인으로 사진 찍어서 공유를 한다. 다른 이들이 쓴 시를 보면서 감동을 얻기도 하고, 서로의 손글씨를 보면서 마음을 느낀다.

최근에 시작한 저탄수화물 식단을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먹는 식재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매일 내가 어떠한 먹거리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측정하게 된다. 대략의 칼로리를 고민하면서 먹게 될 뿐 아니라 내 몸의 변화를 기록한다. 또한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하다가 하루 10분 타이머를 켜 놓고 10가지 이상의 동작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채우기도 한다. 인바디를 통해서 체지방량과 내장지방 등의 변화를 숫자로 지켜본다. 무리하게 다이어트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찾기 위한 방법이다.

내 삶은 무기력해, 어제와 오늘이 똑같지 뭐, 계속 살이 찌고 있어,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결과는 없어... 이러한 불평 속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잘 살 것인가 질문하면서 종교 수행자나 명상가의 책을 읽고, 철학자의 강연을 듣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백날 좋은 말을 귀담아 듣는다고 일상이 바뀌지 않는다. 의사로서 성공하며 더 많은 생명을 살리게 되었던 아툴 가완디는 먼저 수를 세어보았다. 당신의 삶은 어떤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신을 바꾸어나가는 나만의 측정 방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루 한 쪽 글쓰기, 물 1리터 마시기, 아침 사과 한 개, 30분 족욕 등. 측정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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