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7일(현지시간) 2014년 브라질 월드컵대회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물리쳤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날 러시아 카잔의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이 잇따라 골을 넣으며 전차군단 독일을 몰락시켰다. 골을 넣은 선수뿐만 아니라 골키퍼 조현우 선수는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을 몇 차례 선방하면서 한국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시작 전 유럽 베팅업체가 0-0 무승부보다 독일 5-0 승리가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할 정도로 패배가 당연시한 분위기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경기 내내 불굴의 투지와 집요함으로 누구도 예상 못한 쾌거를 달성했다. 독일은 월드컵 본선 진출 사상 첫 16강 탈락이라는 쓰디쓴 굴욕을 맛보아야 했다. 이날 멕시코가 스웨덴에 예상과 달리 3-0으로 지면서 우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대표팀이 독일전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일궈냄으로써 한국 축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한국은 독일의 공세에 맞서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강한 압박’과 ‘활기찬 역습’으로 대응했다. 선수들이 많이 뛰고 경기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좋은 찬스가 전후반 여러 차례 있었고, 이러다가 세계최강 독일을 잡지 말란 법이 없다는 인식이 서서히 국민들 머릿속에 맴돌게 되었다. 결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경기종료 몇 분을 남기지 않고 드라마틱한 연속 골을 터트리며 대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이 돼 버렸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그들은 충분히 기억에 남을 승리를 했다”(영국 BBC), “마지막 5분은 광란의 시간이었다. 이를 잘 활용한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조별 예선에서 떨어뜨렸다”(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등 외신들은 한국전의 승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축구국가대표팀은 이날의 역사적인 승리 전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으로 많은 팬들과 국민들의 우려를 받아왔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약체로 생각했던 카타르에 2-3으로 패하며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지자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불과 월드컵 1년을 앞두고 신태용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에 선임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서 스웨덴전에서의 실망스런 경기결과와 멕시코 전에서의 경기운용과 실책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국민들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후 축구협회의 비리를 조사하고 축구계를 개혁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서기까지 했다.

러시아월드컵은 우리에게 한계와 가능성, 과제를 모두 생각하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다. 한국축구의 약점과 강점을 모두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한국 축구가 이번 일회성 독일전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지난 월드컵 경기에서의 모든 경험과 이번 러시아 월드컵 전 준비과정, 신태용 감독체제에서의 이러저러한 시행착오에 대해 면밀하고 엄정한 평가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전에서의 멋진 경기에도 불구하고 16강 탈락과 이전 경기의 부진, 한국축구의 현실에 대해 냉정한 현실진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 축구사에 소중한 흔적을 남긴 독일전에서의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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