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에 들어서면 측백나무 숲에 들어선 듯한 환상적인 기분이 들고 피톤치드 가득한 향을 맡게 됩니다. 숲길을 표현한 이것은 서로 다른 세계를 구분하는 통로입니다. 전시실 가득 매달린 십자가는 화해와 용서, 희망 등을 상징합니다.”

수원 산업단지 내에 있는 고색뉴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바람-온새미로’ 展에서 대안공간 눈을 운영하는 조각가 이윤숙 대표를 만났다. 카톨릭 신자로서 30년 넘게 수집하고, 만들어 온 십자가를 사용한 작품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예술품을 공간으로 재창조했다. 자신이 처음 조각하면서 만들었던 첫 십자가, 아이가 어릴 때 만든 십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사오거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것들, 쓰임을 다한 손상된 십자가까지 온갖 종류를 볼 수 있다. 십자가는 종교성이 짙은 소재이다. 예수가 인간의 죄를 위해 피 흘리고 죽음을 당한 처형대다. 하지만 부활하여 인류에게 천국의 소망을 주었다. 다시 살아남, 회귀, 재탄생 등의 의미는 예술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의미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온새미로’는 자연 그대로, 변함없다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조각가 이윤숙은 대안공간 눈의 대표이기도 하며, 지역 문화 예술 발전에 관심이 많다. 지난 해 ‘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로 실험공간UZ에서 선보였던 ‘바람’의 연작이다. 벽면의 영상에서는 250km의 비무장지대 철책길을 걸었던 예술그룹 ‘슈룹’의 촬영 기록물이 흘러나온다. 이번 전시는 경기여성연대가 주최하고 경기도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하여 열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 속의 차별과 경계가 무엇인지 바라보게 만드는 전시다.

또한 이윤숙 작가는 공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수원의 고색뉴지엄은 이러한 실험적인 전시를 하기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공간의 재탄생, 버려진 곳이 새롭게 재생된 곳이기 때문이죠. 지난 해 무경계 프로젝트 전시를 보았던 경기여성연대에서 2018년 경기도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하여 초대한 전시입니다. 자연의 재생(再生)을 주제로 조각과 설치, 공동체미술 작업을 이어왔다는 게 경기여성연대의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기지촌 여성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사진까지 어우러진 전시가 되었습니다”라며 전시가 지닌 가치를 전달했다.

수원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이었던 폐수처리장이 변신한 고색뉴지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재생’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재창조의 의미가 공간으로 구현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소중하다. 너와 내가 하나라는 생각은 관계의 벽을 허물게 한다. 예술그룹 슈룹이 함께 38선의 철책길을 따라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면서 촬영한 영상, 이윤숙 대표가 올해 초 남미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영상 등이 어우러져 전 세계가 하나 되는 느낌을 준다. 예술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오늘날 한반도 남북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비무장지대 철책의 의미를 되묻고, 사회 속 여성차별문제 등 세계의 다양한 경계들을 허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폭력 없는 세상, 경계가 없는 세상, 용서와 화해의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5일간 설치작업을 하면서 함께 도움을 준 작가들이 애를 많이 썼다고 전한다. 보이는 사물에 보이지 않는 의미를 담아내었다.

이번 전시는 관객과 소통하고 참가를 이끌어내는 체험도 이뤄진다. 전시를 감상한 느낌을 나무에 그려서 매달아 두는 코너를 마련했는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관객의 참여로 내용은 확장되어 공동의 결과물이 완성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7월 29일까지 고색 뉴지엄에서 열린다. ‘여성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기억과 공감 展’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화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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