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2일자 기사를 통해 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중재안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중재안은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와 미국의 단계별 보상방안을 맞바꾸는 ‘대등한 교환’ 방식으로,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부담스러워하는 미국 여론을 고려해 종전선언 명칭에 ‘비핵화’를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절충안이자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기 위해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6.25전쟁 당시 미군 병사의 유해 송환 등 일정정도 선제적 조치를 취해 왔음에도 문제의 본질인 비핵화 없이는 종전선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북한 역시 이제는 미국이 보따리를 내 놓아야 할 차례라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하며 체제보장에 대한 약속 없이 더 이상의 조치는 곤란하다는 식이다.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자신들은 물리적이면서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고 적지 않은 비용도 지출했으나 미국으로서는 받기만 할 뿐 고작 한미연합훈련의 중지로 훈련비용만 절감할 뿐 북한 제재의 압박을 풀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핵 신고 리스트’와 ‘일정표’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핵 신고 리스트’의 제출은 필연적으로 사찰과 검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자신들의 군 관련 정보 및 체제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지배체제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핵 신고 리스트’ 제출 요구는 항복 선언을 위한 압박에 다름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워싱턴포스트지가 비핵화를 협상 중인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 연구시설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인 ICBM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는 정황을 폭로해 논란을 낳고 있다. 북미 양측이 사태의 진전보다는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이러한 자세로 인해 역사적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상황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정부는 현재의 정체된 비핵화 협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9월 유엔총회에서의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고, 타협안을 만들어 물밑에서 미국과 북한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 또 다시 운전대를 잡고 한반도의 위기를 잘 관리해 나가서 반드시 성과를 내길 바란다.

향후 중요한 일정으로 북한은 9월 9일이 70주년 정권수립일이고, 미국은 11월에 중간선거가 있어 상·하원 의원, 각 주 주지사 등을 선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재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북한과 미국은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집하다가 자칫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고, 서로 한발씩 양보해 단계별로 비핵화에 따른 보상 로드맵에 대해 타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받기만 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온 미국의 전향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두 번 다시 찾아오기 힘든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의 기회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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